국내 지속가능성(ESG) 관련 정책과 규제가 이재명 정부의 5개년 계획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EU 역시 지난 7월 ESRS* 개정안 초안을 발표하며 모호했던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에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ESG 정책 및 규제의 주요 내용, △ESRS 개정안의 핵심 변화, △EFRAG*이 지난 4월까지 발행된 지속가능성 보고서 656건을 분석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중심으로 EU 기업들의 공시 현황과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
* European Financial Reporting Advisory Group,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ESG를 국가 정책의 핵심 프레임으로 명확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전체 123개 국정과제 중 약 20개, 즉 16.3%가 ESG 관점에서 연계된 과제로 확인되며, 특히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12대 중점 전략과제 중 6개에 ESG 관련 과제가 포함됐습니다.
이번 국정과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흐름은 ESG 금융 강화와 공시 인프라 고도화입니다. 정부는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와 자금 조달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ESG 공시 인프라를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통한 코스피 5000 시대 도약’ 전략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12대 중점 전략과제와 연계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와 자금 조달을 확대할 계획이며, 이러한 정책 추진을 통해 환경·사회·거버넌스 전 영역에서 정책, 제도, 시장 메커니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속가능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배분이 확대되면서, 기업은 이러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금 사용 내역과 관련 활동을 투명하게 공시하게 되고, 이는 투자자 신뢰를 높여 지속가능한 투자 확대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경(E)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계통·시장 구조 전환을 비롯해 배출권거래제 강화(유상할당 비율 상향),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추진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자원순환 측면에서는 탈플라스틱 전주기 로드맵과 한국형 에코디자인 도입,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확대, PET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 제품 설계부터 소재 선택, 회수,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이 규제와 표준으로 재편됩니다.
사회(S) 영역에서 정부가 보낸 첫 신호는 ‘노란봉투법’으로 알려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의 통과입니다. 이는 기업의 인사·노무 운영, 조직 구조, 공급망 관리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정책 변화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이어서 초기업 교섭, 일터기본법 제정, 산업안전보건 공시 및 위험성평가 의무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디지털 잊힐 권리, AI 특례) 등 노동·플랫폼·데이터 전반의 제도 개편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거버넌스(G) 분야에서는 2025년 7월 3일과 8월 25일에 이뤄진 상법 1·2차 개정을 통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합병·분할 시 공정가액 및 외부평가 의무화, 물적분할 상장 시 주주보호,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자사주 운용 투명성 제고 및 사익편취 차단 등 주주가치와 시장질서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은 CSRD*이 본격 시행되는 첫 해로, 대상 기업들은 ESRS에 따라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EFRAG은 기업들의 실제 ESRS 기준 적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고 의무가 있는 ‘Wave 1(EU 상장사)’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656건을 분석한 「ESRS 적용 현황 보고서(State of Play 2025)」를 발간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2025년 4월까지 확보된 보고서를 기반으로 AI 자동 분석과 전문가 검토를 병행해 정리된 것으로, ESRS 초기 적용 사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참고 자료로 평가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평균 115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대부분이 ESRS 일반 공시와 주제별 기준서를 공통 구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E1), 자사 근로자(S1), 기업 윤리(G1) 등 세 가지 주제가 가장 중요성이 높은 주제로 식별됐고,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은 4~6개 주제에 집중해 공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모든 기준서를 포괄하기보다는 자사 전략과 연계된 핵심 이슈에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는 55%의 기업이 기후전환계획을 수립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 ESRS 이행지침(IG4)에서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명확히 공시한 사례는 제한적입니다. 스코프 1·2 배출에 대해 1.5℃ 목표를 설정한 기업은 약 70%에 달했으나, 스코프 3까지 포함한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40%에 불과합니다. 또한, 과학기반목표(SBTi) 검증을 완료한 기업은 60% 수준이며,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는 아직 초기 단계로, 전체 기업 중 약 30%만이 관련 지표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EU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보고의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전환계획의 실행력, 자금 계획의 정량화, 스코프 3 데이터 포함, 이해관계자 참여 방식 개선, 생물다양성 지표의 표준화 등이 다음 단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
최근 국내 정책 변화와 더불어, EU 역시 기업의 행정 부담 완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옴니버스 패키지’ 등 주요 규제 개편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CSRD와 CSDDD*의 적용 시점이 연기되는 등 실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패키지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ESRS 개정안도 지난 7월에 발표돼 이번달 말까지 전 세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중에 있습니다.
EFRAG은 2025년 7월 31일, 개정된 ESRS 공개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개정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부담을 완화하고, 정보의 명확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구조적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 데이터 포인트는 약 68% 감소했으며, 기준은 일부 간소화되었으나 기업의 전략적 판단과 정보 관리 역량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FRAG은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ESRS 개정 초안에 6가지 단순화 수단(lever)을 적용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중 중요성 평가(DMA) 단순화 △보고서 가독성 향상 △일반 공시와 주제별 기준 간 중복 제거 △기준의 이해도 및 접근성 개선 △실무 부담 경감 △IFRS S1&S2와의 상호운용성 강화 등입니다.
ESRS 2(일반공시)는 이번 개정 초안을 통해 공시 항목의 구조와 표현이 간소화됐으며, 기업이 실제 관리 방식에 따라 IRO 수준 또는 주제 수준 중에서 선택해 보고할 수 있도록 보고 단위의 유연성이 도입됐습니다. 전체 데이터 포인트는 49% 감소하고, 문서 내 단어 수는 34% 줄어드는 등 보고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작성원칙(BP)은 ESRS 1과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만 명시하도록 단순화됐고, 거버넌스(GOV) 영역에서는 경영진의 역할, 거버넌스 기구의 정보 제공 방식, 영향·위험·기회(IRO) 목록 등 세부 항목이 삭제되어 핵심 정보 중심의 보고가 가능해졌습니다. 전략(SBM) 영역에서는 지역별 직원 수, 주요 제품 및 고객 정보, 가치사슬 구조 등 상세 항목이 제외됐고, 이해관계자 참여 방식에 대한 공시도 간소화됐습니다. 또한, 예상 재무영향에 대해서는 정량 정보 또는 정성 정보 공시의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제안되어 현재 의견 수렴이 진행 중입니다.
ESRS E1(기후변화)은 데이터 포인트가 53%, 단어 수가 65% 감소하는 등 기준 전반에 걸쳐 간소화됐으며, IFRS S2*와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용어가 통일되었습니다. 보고 방식은 단편적인 수치 중심에서 벗어나 전략적 맥락 중심으로 전환됐으며, 기업의 전략과 사업모델이 EU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등과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설명하는 항목이 강화됐습니다.
ESRS 개정안 초안은 현재 전 세계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공개 의견 수렴 중이며, EFRAG은 2025년 9월 29일까지 의견을 접수 받습니다.
*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서 제2호(기후 관련 공시)
국내에서는 ESG 공시 인프라가 정책·금융·산업 전략과 연계돼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 국가들도 ESG 공시 체계를 정비해가고 있습니다. 제도적 기반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마련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ESG 데이터를 재무 수준의 통제 체계로 관리하고, 실행 가능한 기후 전략을 수립하며,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국내외 ESG 정책과 공시 기준이 빠르게 정비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 전체 구조와 흐름을 분석해 자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시–금융–산업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며 ESG 공시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있고, EU는 ESRS 기준을 단순화하는 한편 보고서가 기업의 전략과 지속가능성 목표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시 체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책 및 규제의 방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보고 목적과 내용에 반영할 수 있도록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은 현재 운영 중인 ESG 공시 및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자사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제를 중심으로 공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모든 기준서를 포괄하기보다, 기후변화, 인권, 생물다양성 등 자사 산업과 사업모델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항목을 선별하고, 이에 대한 데이터 확보와 관리 체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이중 중요성 평가를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반영하고, 공시의 목적성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요구됩니다.
기업은 공시 인프라를 전략의 중심에 두고, ESG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와 리스크 관리를 통합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동시에, 국내외 정책 수단을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접근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환금융을 촉진하는 정부의 지원 정책을 활용하거나, 상법 개정에 따라 이사회 운영 및 전자주주총회 절차를 ESG 기준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은 ESG 공시를 규제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자본을 연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