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평가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방식은 DCF(Discounted Cash Flow) 모델이다. 이 방법은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위험을 할인율에 반영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재무 정보에 기반한 현행 모델만으로는 기업가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DCF 모델에서 예측하는 미래현금흐름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여 산정된다.
| 매출 성장률 | 시장 성장 전망, 시장점유율 변화, 신제품 출시 계획 등을 반영 |
| 법인세율 | 실효세율 및 향후 세제 변화 전망 |
| 영업이익률 | 매출총이익률, EBIT 마진, EBITDA 마진의 역사적 추이와 산업 벤치마크 |
| 운전자본 변동 |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의 변화 |
| 자본적 지출 | 설비투자, 유지보수 투자 등 |
기업가치 평가는 보통 5~10년의 명시적 예측기간을 설정하고, 그 이후의 현금흐름은 영구현금흐름가치로 산정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 경우에 따라서는 90% 이상이 영구가치에 의해 설명된다. 이는 장기 예측의 중요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현행 재무보고 체계에서는 이러한 장기 정보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할인율은 통상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을 사용하며,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자기자본비용(Re) 산정에 사용되는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의 WACC는 8~10% 수준이며, 신생기업이나 고위험 벤처의 경우 15% 이상의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다.
DCF 모델은 전통적인 재무정보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이 이 프레임워크에서 누락되어 있다.
DCF 방법은 일반적으로 향후 5~10년의 현금흐름만을 명시적으로 예측하고, 그 이후의 장기 현금흐름은 고든성장모형(Gordon Growth Model)에 따른 단순한 영구성장률 가정(g는 통상 2~3%)으로 처리한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구가치가 매우 제한적인 가정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과거 발생원가 중심의 현행 회계정보가 객관성 확보를 위해 미래정보 제공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기 때문이다.
반면 지속가능성 정보는 본질적으로 장기적 시계를 다루며, 미래 세대까지 고려하는 특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IFRS S2는 기업에게 단기·중기·장기에 걸친 기후 리스크와 기회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해수면 상승, 탄소중립 전환, 좌초자산 위험 등은 수십 년에 이르는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된다. 이러한 점에서 지속가능성 정보는 기업가치의 핵심인 영구현금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시사점을 갖는다.
하버드대학교 Rebecca Henderson 교수는 저서 『자본주의 대전환』에서, 오늘날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를 가격이 환경·사회적 실제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외부비용으로 설명한다. 자유시장은 가격이 진정한 비용을 담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만, 기업들은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부담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외부화해 왔다는 것이다. 농·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나 석탄화력 발전의 사회적 비용 사례는 이러한 가격 왜곡을 보여주며, 이런 외부비용은 결국 법·제도 변화를 통해 기업에 내부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Pavan Sukhdev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외부비용 규모는 연간 2조 달러 이상에 달한다.
현재 일부 외부비용은 이미 내부화되기 시작했다.
| 탄소 배출 | EU-ETS(배출권거래제), 탄소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통해 비용화 |
| 재생에너지 의무 |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RE100 등 주가 변동성 |
그러나 아직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지만 향후 내부화될 가능성이 높은 외부비용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외부비용들은 현재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지만, 규제 강화와 사회적 요구 증대로 향후 기업이 실제로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기업에게 공급망 전반의 인권 및 환경 리스크에 대한 실사 의무를 부과하며, 위반 시 매출액 기준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앞의 두 가지가 주로 현금흐름에 관한 논의였다면, 할인율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재무전문가는 할인율 1%가 최종 기업가치 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전통적 DCF 모델에서 할인율(WACC)은 무위험이자율에 각 기업 고유의 위험을 측정하여 반영한다. 그러나 기존의 베타(β)는 과거 주가 변동성을 기반으로 산정되므로, 아직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ESG 관련 위험은 할인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일부 선도적 투자기관은 ESG 요소를 할인율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 ESG프리미엄/디스카운트 | ESG등급에 따라 WACC에 0.5~2.0%p 가감 |
| 시나리오별 할인율 | 기후 시나리오(1.5℃, 2℃, 4℃)에 따른 차등 할인율 적용 |
| 좌초자산 할인 | 탄소 집약적 자산에 대해 추가적인 위험 프리미엄 반영 |
학술연구에서도 ESG와 자본비용의 관계가 입증되고 있다. El Ghoul et al.(2011)의 연구에 따르면 CSR 성과가 높은 기업은 자기자본비용이 유의미하게 낮으며, 이는 ESG가 실제로 기업의 위험 프로파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IFRS 재단이 2021년 COP26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하고, 2023년 6월 IFRS S1(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기후 관련 공시)를 발표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다. ISSB설립의 핵심목적은 다음과 같다.
글로벌 베이스라인 확립이다. "투자자와 자본시장의 필요를 충족하는 지속가능성 공시의 포괄적 글로벌 베이스라인 제공"을 목표로 한다.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의사결정유용 정보(decision-useful information) 제공"을 지향한다.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공시(sustainability-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라는 용어 사용으로, 지속가능성 정보가 재무제표와 연결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ISSB 기준의 핵심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TCFD 4대 축통합 | 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
| 재무적 중요성(Financial Materiality) | 기업의 현금흐름, 자금조달 접근성, 자본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에 초점 |
| 시계(時界)의 확장 | 단기, 중기, 장기에 걸친 리스크와 기회 공시 요구 |
| 검증가능성(Assurance) | 재무제표와 동일한 수준의 인증 제공이 가능하도록 설계 |
IFRS 재단이 국제회계기준(IFRS Accounting Standards)을 개발하는 IASB와 동등한 위치에 ISSB를 설립하고, 국제지속가능성공시기준을 국제회계기준과 쌍둥이처럼 포지셔닝한 것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속가능성 정보는 재무정보의 보완재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완전하게 설명하기 위한 필수 정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기업가치 평가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기업과 투자자 모두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생성하고 공시해야 한다.
투자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투자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공시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회계전문가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회계전문가는 기업이 신뢰성 높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 내부통제 구축 | 지속가능성 데이터의 수집, 검증, 보고 프로세스 설계 |
| 중요성 평가 | 재무적 영향을 고려한 중요 지속가능성 주제 식별 |
| 정량화 | 탄소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등 비재무 데이터의 측정 및 검증 |
재무제표 감사와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제3자 인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 제한적 확신(Limited Assurance) | 현재 대부분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적용 |
| 합리적 확신(Reasonable Assurance) | 재무제표 감사 수준의 검증으로 점진적 확대 예상 |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는 2024년 12월 지속가능성 인증에 관한 국제기준(ISSA 5000)을 발표했으며, 이는 지속가능성 정보 인증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회계전문가는 재무정보와 지속가능성 정보를 통합하여 보다 완전한 기업가치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 ESG 통합 DCF 모델 | 탄소 비용, 기후 리스크 등을 반영한 현금흐름 및 할인율 조정 |
| 시나리오 분석 | 다양한 기후·규제 시나리오에 따른 기업가치 민감도 분석 |
| 무형자산 가치평가 | 브랜드, 인적자본, 사회적 자본 등의 가치 측정 |
본 기고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통적인 DCF 모델은 장기 미래 예측정보의 한계, 외부비용의 미반영, 그리고 ESG 위험요소가 할인율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지니고 있다. 지속가능성 정보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보다 완전한 기업가치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신뢰성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체계적으로 생성·공시해야 하며, 투자자는 해당 정보를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회계전문가는 재무정보와 지속가능성 정보 간의 연계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를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