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트렌드의 진화와 자본시장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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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y 2026
이준식 Partner

이준식 Partner

Samil PwC, South Korea

‘밈’이 아닌 ‘산업’으로 진입한 K-푸드

2025년은 K-푸드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나 콘텐츠 기반의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명확한 산업 단위의 성장 궤도에 진입했음을 수치로 증명한 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K-푸드 수출액은 104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3% 성장했고,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 수치는 ‘한식에 대한 호감’이라는 정성적 지표를 넘어, 글로벌 식품 시장 내에서 한국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량적 결과다. 최근 글로벌 소비 시장이 건강·편의·가성비·윤리 소비라는 복합 트렌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K-푸드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하는 포지션을 확보했다.

특히 라면, 소스류, 김치, 아이스크림 등 장기 보관이 가능하면서도 현지화가 용이한 가공식품이 수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K-푸드가 단순한 문화 코드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숫자로 확인되는 K-푸드의 구조적 성장

가장 상징적인 품목은 단연 라면이다. 라면은 2025년 기준 15.2억 달러를 기록하며 단일 품목 최초로 15억 달러를 넘어섰고, 전년 대비 성장률은 21.9%에 달했다. 중국, 미국이라는 기존 주력 시장뿐 아니라 CIS, 중동(GCC) 등 신흥 시장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라면에 국한되지 않는 품목 다변화다. 소스류는 ‘K-매운맛’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성장했고, 아이스크림은 비건·저당·제로슈거 등 글로벌 웰빙 트렌드를 반영하며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중화권·유럽·중동 등 주요 권역 대부분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미국은 18억 달러로 2년 연속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했으며, 이는 현지 대형 유통채널 입점과 ‘현지 맞춤형 제품 전략’의 성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수치는 K-푸드가 단일 국가·단일 히트 상품에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품목 양축에서 동시에 분산된 성장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가 수출’에서 ‘프리미엄 포지셔닝’으로의 전환

국내 음식료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더 이상 ‘저가 제품’이 아닌 특성화·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판매 제품의 평균 단가는 국내 대비 1.5~3배 수준이며, 이는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을 상당 부분 완화시키고 있다.

이 전략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도 유효했다. 2024~2025년 사이 농심, 삼양식품, 오리온, 롯데웰푸드 등 주요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경쟁사 가격 인상을 반영해 해외 판매가를 인상했지만, 수요 위축보다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었다.

이는 K-푸드가 단순한 대체재(substitute)가 아니라, 브랜드와 스토리를 동반한 차별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불닭볶음면, 김치 소스, 떡볶이 소스와 같이 ‘한국 음식 경험’ 자체를 구매하는 구조는 높은 가격 탄력성을 가능하게 한다.


관세 리스크 이후의 K-푸드: 위기인가, 재편의 기회인가

2025년 하반기 이후 가장 많이 제기된 우려는 단연 한·미 관세 환경 변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 농식품에는 15%의 상호관세가 적용되었고,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 전가 및 수요 둔화 가능성을 야기했다.

그러나 동일한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관세 수준은 캐나다(35%), 브라질(50%), 중국(30%) 등 주요 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즉, 관세는 절대적인 불리함이라기보다 경쟁 구도의 재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관세 정책은 기업 전략에도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확대, OEM 활용, 원산지 비중 조정 등 공급망 재설계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원가 안정성과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얼마나 팔렸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팔릴 수 있는가"

K-푸드의 본질적 가치는 "얼마나 팔렸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구조로 팔릴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내수의 구조적 천장 아래에서 수출로 돌파구를 찾은 국내 음식료 산업은 세 가지 면에서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국면에 들어서 있다.

첫째, 양에서 질로의 전환이다. 저가 대량 수출이 아니라, 프리미엄 포지셔닝과 가격 결정력을 갖춘 수출 구조가 정착되었다.

둘째, 집중에서 분산으로의 이동이다. 라면 한 품목, 일본 한 시장에 의존하던 구조가 소스·김치·베이커리·아이스크림 등 품목 다변화와 미국·중국·유럽·중동·CIS 등 지역 다변화를 동시에 이루어내고있다.

셋째, 수출에서 현지화로의 진화다. 관세 환경의 변화가 오히려 촉매가 되어, 미국·유럽·동남아 등지에서의 현지 생산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단순 수출을 넘어선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진행되고있다.


자본시장의 시선: 식품 기업의 재평가

전통적으로 F&B 산업은 성장성이 낮고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제한적인 업종으로 평가받아 왔다. 반복적인 CAPEX, 원재료 변동성, 브랜드 지속성에 대한 의문은 사모펀드(PE)에게 식품 기업을 ‘보유 기간이 긴, 그러나 엑싯 멀티플이 제한된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K-푸드는 이 공식에 균열을 내고 있는데 삼양식품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장은 더 이상 삼양을 단순한 라면 제조사로 보지 않는다. ‘불닭’은 글로벌 소비자에게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콘텐츠이자 브랜드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식품 기업과는 다른 밸류에이션 프레임을 요구한다.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Cow)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 확장성, 가격 결정력, 지역 복제 가능성, 콘텐츠와의 결합력 같은 요소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자본시장이 K-푸드를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장의 지속성이 입증되고, 산업 구조가 수출·현지화 중심으로 재편되며, 일부 기업이 문화 콘텐츠형 밸류에이션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Food 섹터는 다시 ‘투자 가능한 산업’으로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다.

월마트 진열대 위의 불닭볶음면 한 봉지는 이제 단순한 라면이 아니다. 그것은 국내 음식료 산업이 내수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식품 시장의 정식 플레이어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K-푸드, 트렌드의 진화와 자본시장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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