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후, 미국 우선주의 중심 정책이 부각되며 글로벌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과 규제, 시장의 움직임이 다소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국가별 현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지속가능성 전략을 재정비하는 시간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탄소가 무역 규제의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기존의 지속가능성 규제 및 정책을 보다 현실적이고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일부 기업이 과도하게 느끼는 요소가 정리되고 본질에 집중하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현황을 살펴보고, 기업 경영진이 집중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지속가능성 규제인 공시 의무화 관점에서 살펴보면 글로벌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기후공시규칙이 사실상 철회됐으나, 주정부 단위에서 독자적으로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가 최근 기후 공시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기존 규제가 유지된 가운데, 공시 의무화는 2026년부터 시행되며, 뉴욕, 뉴저지, 일리노이, 워싱턴 등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되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참고) 미국 주정부 단위 기후 공시 관련 입법 현황 | |
|---|---|
| 캘리포니아 | 입법 완료 |
| 뉴욕 | 법안 발의 (2025.1월) |
| 뉴저지 | 법안 발의 (2025.2월) |
| 일리노이 | 법안 발의 (2025.2월) |
| 워싱턴 | 입법위원회 통과 (2024.2월), 최종 시행 승인 대기 |
출처: 삼일PwC, PwC 아⋅태평양 지역 지속가능성 현황 리포트
EU 역시 공시 의무화 철회가 아닌 현실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EU는 기존의 다양한 규제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EU 옴니버스 패키지(EU Omnibus Package)’의 첫 단추인 ‘일시 정지(Stop the Clock)’ 지침을 지난 4월 17일 공식 발효했습니다. 공시 일정 일부 연기 및 공시 정보 간소화 등을 담은 이 지침은 기업이 필수적인 보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기업에 광범위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핵심 가치에 맞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도록 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는 미국과 EU보다 더 빠른 속도와 명확한 방향성을 보입니다. PwC 조사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국 가운데 12개국이 지속가능성 공시 규제를 이미 확정했거나 올해 안에 확정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2026년(2025년 회계연도)부터 공시 의무화를 확정한 국가도 4개국으로 집계됐습니다.
지금은 지속가능성 규제의 속도가 아닌, 방향에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기업은 이 시기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한 비즈니스 성과 창출과 연계하고 업의 본질에 맞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도록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의 관점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행된 PwC의 ‘2024년 글로벌 투자자 서베이(Global Investor Survey 2024)’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와 시장의 기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줬습니다. 응답자의 71%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경영 전략에 직접 통합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약 70%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 수익 감소를 초래하더라도 지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ESG라는 트렌드를 넘어 지속가능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통합적으로 진화하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전략적 도구로 내재화하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기업은 향후 제품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및 재사용을 고려하고, 공급망 내 인권·노동 관련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은 탄소국경세, 에코디자인규정(ESPR), 공급망 실사법 등의 규제에 선제 대응하도록 제품의 모든 생애주기에 걸친 환경영향 평가, 공급망 내 탄소 및 인권 관리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식품 기업인 네슬레(Nestlé)는 공급망 탄소 감축과 물류비 절감을 연결시키는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공급망 인권 리스크가 핵심 이슈인 글로벌 의류 기업 H&M, 파타고니아(Patagonia) 등은 공급망 인권 관리를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계약 해지 및 분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핵심 통제 수단으로 보고 이를 내부화해 사전 예방 중심의 리스크 대응 체계 전략을 구축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은 이미 지속가능성을 경영 리스크 및 기회 분석의 한 축으로 삼고 전략적으로 활용해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1) Nestle increases local sourcing in South Africa with new processing plant, Reuters, 2023.7.19
2) Nestlé and sennder's Bid to Decarbonise Logistics, SupplyChain digital, 2025.1.30
3) How Nestlé is Greening the Supply Chain, Transportation Intelligence, 2022.9.13
4) What is Nestlé doing to tackle packaging waste?, Nestlé
글로벌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와 정책이 고도화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관행 및 전략이 성숙해진 가운데 국내 기업의 경영진은 지속가능성이 기존의 사업 전략과 비즈니스 성과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합됐는지 재점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 전략과 목표, 활동 등이 비즈니스 성과와 직접 연결되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먼저 기존의 지속가능성 목표가 기업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목표와 일치하는지 검토합니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 감소 목표가 자원 효율화 및 비용 절감 목표와 어떻게 연계됐는지 살펴보고, 그러한 지속가능성 목표가 기업 성과 개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성과가 미흡하다면,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와 관련된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비즈니스 성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를 개발하고, 이러한 활동이 매출 성장, 비용 절감, 또는 시장 점유율 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롭게 수립한 전략은 다가올 새로운 정책과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필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실성 있는 목표와 전략 재수립은 기업 경영진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에서 비롯됩니다. 기업 경영진의 관심 제고를 위해서는 교육 및 워크숍, 이해관계자 소통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경영진의 성과 평가와 보상 체계에 지속가능성 핵심성과지표(KPI)를 연계하는 방식은 글로벌 기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4년 The Conference Board 조사 결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77.2% 이상이 경영진 성과 계획에 지속가능성 지표를 포함했으며, 이는 2021년 66%에서 꾸준히 증가한 수치입니다.
PwC가 아⋅태 14개국 국가별 50대 상장사의 202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실행하는 조직 및 구조적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지속가능성 성과와 경영진 보상 연계 현황은 중위권 또는 하위권 수준에 머물었습니다. 지속가능성 성과와 경영진 인센티브 체계를 공시한 기업은 48%로 아·태 지역 중위권 수준이며, 지속가능성 및 기후 관련 성과와 경영진 인센티브의 구체적 비율을 공시한 기업은 각각 10%와 2%로 하위권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지속가능성 조직의 활동이 단순한 형식에 그치지 않고 전사적인 비즈니스 목표와 결합돼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지속가능성 성과와 경영진 보상을 연계해 기업의 리더십 차원에서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은 글로벌 기업이 활용하는 성과 평가 방식과 보상 수단을 참고해, 자사의 역량과 상황에 맞춰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정책과 규제 등을 비롯한 외부 압력이 줄었더라도, 지속가능성을 기업 전사 비즈니스 전략에 내재화해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Year-over-year metric structure - Weighted vs. Discretionary
(of those with ESG metrics, n=369)
출처: Semler Brossy, ESG + Incentives 2024 Report, 2024.10
출처: 삼일PwC 거버넌스센터, 경영진 보상과 주주 가치-성과 연계 보상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