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미국 시민권자 또는 미국 영주권자에 대해 미국 외 국가에 거주하더라도 마치 미국에 거주하는 것처럼 전세계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 및 해외 자산보고 의무 등을 부여하는 독특한 과세 제도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계속 거주했으나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임에 따라 미국 국적을 보유한 경우, 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하여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경우, 또는 한국 거주자로 살다가 영주권을 취득하게 된 경우 등,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의 세무신고 및 보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본 편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영주권자가 놓치기 쉬운 또는 유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영주권자는 양국에서 모두 세법 상 거주자에 해당한다. 만약 영주권을 연중에 취득했다면 영주권을 취득한 날로부터 미국에서도 거주자로 간주된다. 즉,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거주자’로서 전세계소득에 대한 세무신고 의무 등을 이행해야 한다.
미국 시민권자와 달리,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영주권자는 미국에서의 소득세 신고 범위를 줄이기 위해 조세조약 상 미국에서 비거주자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세조약 상 미국에서 비거주자에 해당하더라도 해외금융계좌나 해외보유법인 관련 보고의무에서는 면제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조세조약 상 비거주자 신청의 영향 및 실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조세조약 상 비거주자 신청이 영주권 유지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또한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이중 거주자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서 비거주자 전환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한국에서 비거주자가 되는 시점에 한국 국외전출세 대상이 되지는 않는지, 국내 과세당국이 여전히 한국 거주자로 간주할 수 있는 요소들이 남아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국적 보유자의 경우 단순히 해외에 183일 이상 체류한다고 하여 반드시 비거주자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므로 거주지국 이전과 관련된 검토는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한국의 국외전출세는 거주자가 해외이주 등으로 국외로 출국하는 경우 출국 당시 소유하고 있는 국내주식의 평가이익을 양도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으로, 세법 상 대주주에게만 적용되며 다른 자산이나 해외주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상장법인 또는 국내 비상장법인의 대주주인 경우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우선 한국과 미국에서 과세되는 소득의 범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양국 세법에 따른 신고대상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은 한국에서 과세되지 않는 반면 미국에서는 과세소득에 포함되므로 신고에 누락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동일한 소득에 대해서 양국에서 세액을 납부한 경우 한 쪽 국가에서 납부한 세액을 다른 쪽 국가에서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신청하여 이중과세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여 한국에서 납부한 세액을 모두 미국에서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에 먼저 세금을 내고 다른 나라에서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받아야 하는지는 소득의 유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은 한국법인에서 받았는지 미국법인에서 받았는지 여부와 관련 없이, 만약 한국에서 일한 대가로 받았다면 모두 한국원천 근로소득으로 분류되므로 한국에서 먼저 세금을 납부하고 미국에서 공제를 신청해야 한다. 반면 미국에서 받은 배당소득이 있다면 미국에서 먼저 세금 납부를 하고 한국에서 공제를 받아야 한다. 이 때 배당소득을 포함한 특정 유형의 소득에 대한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조세조약에서 정하는 한도까지만 허용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외국납부세액 공제는 한 쪽의 세액이 확정되어야 다른 쪽에서 적용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이 양국 원천이 모두 있는 경우 양국 소득세 신고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종합소득과 양도소득을 구분하여 별도의 신고절차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나, 미국은 양도소득을 개인소득세 신고 시 포함하는 점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미국 어느 주에도 주소나 상당한 기간 거소를 두지 않고 미국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전혀 없다면 주세 납부의무가 없을 수 있다. 다만 납세자의 거주 형태, 주별 체류일수 등에 따라 특정 주의 거주자로 간주될 수 있는지, 혹은 비거주자라고 하더라도 해당 주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주 세법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혹시 미국 특정 주의 거주자가 되는 경우, 주세가 없는 주도 있는 반면, 주 세법에 따라 납세자의 전세계소득에 대해 주세를 부과하는 주도 있다. 또한 주 세법에 따라 외국(한국)에서 납부한 세액에 대한 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주가 있으므로, 이중 거주자의 경우 주세로 인한 이중과세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사전에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 영주권자는 미국 외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잔액의 합계가 $10,000을 초과하면 소득세 신고와 별개로 미국 재무부에 해외금융계좌보고(Foreign Bank Account Report, “FBAR”)를 해야 한다. 한국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와 유사하지만, 한국에 비해 기준금액이 매우 낮으며 계좌별 최고잔액을 신고해야 하는 등 신고방식이 한국과 상이하다.
또한 해외금융자산신고 규정(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FATCA”)에 따라 개인자산이 일정금액(신고유형 별 기준금액 상이)을 초과하면 미국 소득세 신고 시 해외자산신고 양식을 포함하여 보고해야 한다. FATCA는 FBAR와 달리 개인이 보유하는 법인 지분을 포함할 수 있다.
위의 FBAR와 FATCA 모두 미국의 세법상 거주자(영주권자 포함)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 정보를 관련 당국에 보고하게 하려는 취지로서, 본 보고로 인해 추가 세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나,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며, 고의적 위반 등인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미국 영주권자가 미국 외 국가에 소재하는 법인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는 경우 미국에서 해외보유법인 신고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 보유지분은 직접적으로 보유한 지분 뿐만 아니라 모회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거나 특수관계자를 통한 간주 보유 지분까지 합산되며, 지분율에 따라 신고대상 범위가 달라진다.
단순히 지분소유 현황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인의 주주현황, 재무제표 등 법인 관련 세부 자료를 제출해야 하므로, 특히 국내 법인의 주주이자 경영자로 사업을 운영하거나 자회사나 계열회사를 거느린 모회사의 대주주인 경우 등에 해당하면 보고의무가 상당히 광범위해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인(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및 세법상 거주자 포함) 주주들의 지분합계가 50%를 초과하는 법인, 미국인 주주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인 등 미국 세법 상 피지배외국회사(Controlled Foreign Corporation, “CFC”)에 해당하는 법인이 있을 경우, 실제 배당을 받지 않더라도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여 과세(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 Tax, “GILTI Tax”)하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미국에 납부할 세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FC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이자, 배당 등 수동적 소득이 주요 수익원이거나 수동적 자산비율이 높은 수동적해외투자회사(Passive Foreign Investment Company, “PFIC”)로 분류된 회사에 특정금액 이상을 투자한 경우, 매년 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PFIC에서 소득이 발생할 경우 당해연도 소득에 단순 합산하여 세금이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 3개년 평균 배당액, 총 투자기간, 투자기간 연도별 최고세율 등에 따라 더 높은 세금이 산출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소액이 아니라면 PFIC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10월 대선기간 중 “해외에 거주 중인 자국민에 대한 이중과세 폐지”라는 공약을 발표했던 바 있다. 이는 “미국인은 어느 국가에 거주하던지 미국에 전세계 소득을 보고해야 한다”는 미국 자국민에 대한 과세원칙(Citizenship-based taxation, “CBT”)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으로, 해외거주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관련하여 지난 해 12월 공화당 다린 라후드(Darin LaHood) 연방 하원위원은 트럼프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Residence-Based Taxation of Americans Abroad Act)을 작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다. 해외 거주 미국인이 ‘거주지국 과세원칙’이 적용되도록 신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 본 법안은 미국국적 보유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영주권자는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미국 영주권자는 본 법안의 발의 및 통과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본 법안의 통과 여부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으나, 미국 소득세 과세 원칙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