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정점을 찍은 국내 M&A 시장은 이후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위축세를 보이다가, 2024년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세가 관측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사모펀드(Private Equity, 이하 PE)의 투자 수요가 다시금 증가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기업은 기존 사업의 효율화를 넘어, 사업구조 리밸런싱 및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PE는 미집행 약정액(Dry Powder)의 활용과 기존 포트폴리오의 회수 전략을 병행하며, 시장 전반에 걸쳐 활발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회복을 넘어, 구조적인 시장 전환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 M&A 시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부실 기업의 정리와 자산 매각이 주된 목적이었으며, 거래의 상당수가 채권단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 글로벌 PE의 국내 진출 확대 등으로 시장은 점차 PE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2025년 현재, 국내에는 약 430개의 PEF 운용사가 활동 중이며, 누적 약정액은 140조 원, 투자 이행액은 102조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양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문성, 운영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등 질적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음을 의미한다.
(source : 삼일PwC경영연구원, 금융감독원)
최근 거래 분석에 따르면, PE는 전체 M&A 거래의 건수 및 금액 기준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딜 규모별로도 45~50%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Middle Market) 오너를 대상으로 한 투자 비중은 건수 기준 64%(310건)로 가장 높으며, 이들 기업이 매각 시 가장 선호하는 거래 상대 역시 PE(48%)로 나타났다.
(Source : 더벨, 2021~2023년 M&A 거래 건 중 250억원 이상 1,000건 거래 분석, PwC Analysis)
이러한 성장은 PE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오너의 M&A 옵션으로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높은 거래 확실성을 제공하며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이 직면한 다양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거래 구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이 M&A를 고려하는 배경에는 다음 세 가지 핵심 목적이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기술 변화의 가속화, 글로벌 경쟁 심화는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 ESG 경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경영 과제는 중소기업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 자본과 전략적 파트너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M&A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M&A는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선진 경영 시스템 도입,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등 장기적 성장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창업주 중심의 1세대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자녀의 가업 승계에 대한 관심 부족, 상속세 부담, 정부의 승계 지원 정책 미비 등으로 인해 승계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는 기업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으며, 가족 내 이해관계의 복잡성도 승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에 따라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또는 PE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창업주나 초기 투자자들은 오랜 시간 축적한 기업 가치를 금전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니즈를 갖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현금화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은퇴 준비, 자산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의 모색 등과도 연결된다. 특히 주변의 성공적인 Exit 사례는 이러한 결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세 가지 목적은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창업주 또는 오너 일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재무적 목적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철학, 조직 문화, 직원의 고용 안정성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포함된다.
PE는 이러한 복합적인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유연한 거래 구조(Flexible Deal Structure)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견·중소기업 오너의 기대에 부합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지분만 매각하고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매각 대금을 재투자해 향후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또한, 거래 과정에서의 신속한 의사결정, 높은 거래 확실성, 전문적인 인수 후 관리(Post-Merger Integration) 역량은 오너들이 M&A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다음에 소개할 사례들은 이러한 다양한 목적과 니즈가 실제 거래 구조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피부 미용 의료기기 분야 선도 기업인 루트로닉은 창업주가 약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창업주는 사업 성과에 대한 보상 실현과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에 따라 한앤컴퍼니는 공개매수와 상장폐지를 포함한 복합 구조의 거래를 설계했다. 창업주는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 중 일부를 SPC에 재투자하여 30%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약 1,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향후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 거래는 공개매수, SPC 설립, 이사회 구성, 인수금융 조달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힌 고난도 딜이었으며, 한앤컴퍼니와 자문사였던 PwC는 유연한 구조 설계와 이해관계 조율을 통해 성공적인 거래를 이끌어냈다.
폐화학물 처리 및 재생 기업인 광진화학은 창업주(대주주)가 고령에 따른 은퇴를 고려함과 동시에, 가족 중심의 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자 했다. 매수자는 강력한 보안과 신속한 진행이 가능한 Private Deal 구조를 원했으며, 매각자문사였던 PwC는 이를 설계하고, 소수의 전략적 투자자에게 제한적 경쟁을 유도했다.
그 결과, Affirma/더함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이는 창업주의 기대 수준을 초과하는 조건으로 성사되었다. 이 거래는 승계 문제 해결과 동시에 PE의 자본력과 전문성을 통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 1위 세탁 편의점 브랜드인 크린토피아는 2세로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 지배 구조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창업주 일가는 이를 해소하고, 동시에 기업 성과에 대한 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PwC는 높은 보안과 거래 확실성을 기반으로 JKL Partners와의 거래를 설계했고, 창업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100%를 약 1,900억 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거래는 승계 문제 해결과 함께, 창업주 일가가 새로운 인생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JKL 역시 인수 이후 경영효율화와 Capex 투자 등을 통해 인수 당시 보다 높은 Value로 성공적인 Exit을 앞두고 있다.
M&A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기업의 미래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PE는 그 중심에서 유연하고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에게 PE와의 협업은 성장, 승계, 자산 실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업은 M&A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승계 문제를 해결하며, 성과에 대한 보상을 실현할 수 있다. 앞으로도 M&A는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PwC는 이러한 과정에서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업의 성장과 구조 재편을 지원하며,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