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최종 승인됐다. 1978년 대한민국에 ‘제3의 불’을 지핀 지 반세기 만이다. 원자로의 불은 꺼졌으나, 그 거대한 콘크리트 돔 안에는 이제 막 태동하는 1,000조 원의 거대 시장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대해체(Great Decommissioning)’의 시대로 진입했다. 2050년까지 400여 기의 원전이 수명을 다한다. 짓는 것만큼이나 잘 부수고, 깨끗이 치우는 능력이 곧 국력(國力)이 되는 시대다.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가 아니다. 한국 원전 생태계가 ‘건설·운영’이라는 반쪽짜리 성공을 넘어, ‘완성’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느냐를 가늠할 국가적 시험대다.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원전 건설의 강자일지언정, 해체 영역에서는 후발주자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속도전’으로, 프랑스 오라노는 ‘전 주기 관리’로, 독일 지멘스는 ‘정밀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반면 우리는 상용 원전을 끝까지 뜯어본 경험이 전무(全無)하다. 기술 자립도는 82%라지만, 고방사능 구역을 누빌 로봇 팔과 디지털 트윈 기술은 여전히 실증이 시급하다. 자칫하다간 1,000조 시장의 주인은커녕, 안방인 고리 1호기마저 외산 장비의 실험장으로 내어줄 판이다. 기술 없이 덤비는 해체는 재앙이고, 준비 없는 시장 진입은 무모한 도박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뒤집을 ‘이원화(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 시공 하도급으로는 승산이 없다. ‘K-Decom’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하드웨어(Cask, 절단기), 한전기술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디지털 트윈), 한수원의 운영 노하우를 하나로 묶은 ‘턴키(Turn-key)형 통합 솔루션’으로 승부해야 한다. 여기에 전문기업 인증을 받은 강소기업들을 태워 ‘팀 코리아(Team Korea)’라는 선단을 꾸려야만 폐쇄적인 글로벌 시장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203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발주 물량이 폭발한다. 남은 시간은 5년 남짓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은 하청 국가로 전락한다. 정부와 기업은 사활(死活)을 걸고 다음 3가지를 실행해야 한다.
원전 해체는 혐오 시설을 치우는 뒷수습이 아니다.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창출하고, 원전 산업의 순환 고리를 완성하는 제2의 창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