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해체(K-Decom), 글로벌 진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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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nuary 2026
1970~1980년대 세워진 원전들이 수명을 다해 하나둘씩 멈추면서 2050년까지 수백 기의 상용 원전이 해체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전 설계·운영 측면에서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쌓아올린 한국은 이제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마주합니다. 해체는 한 번 하고 끝나는 공사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간 이어질 장기 시장입니다. 이에 삼일PwC경영연구원에서는 국내 원전 해체 사업의 현주소와 당면 과제를 살펴보고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ecutive Summary

 

1. 서(序): 대전환의 서막

2025년 6월,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최종 승인됐다. 1978년 대한민국에 ‘제3의 불’을 지핀 지 반세기 만이다. 원자로의 불은 꺼졌으나, 그 거대한 콘크리트 돔 안에는 이제 막 태동하는 1,000조 원의 거대 시장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대해체(Great Decommissioning)’의 시대로 진입했다. 2050년까지 400여 기의 원전이 수명을 다한다. 짓는 것만큼이나 잘 부수고, 깨끗이 치우는 능력이 곧 국력(國力)이 되는 시대다.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가 아니다. 한국 원전 생태계가 ‘건설·운영’이라는 반쪽짜리 성공을 넘어, ‘완성’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느냐를 가늠할 국가적 시험대다.

 

2. 진단(診斷): 트랙 레코드(Track-Record) 부재의 위기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원전 건설의 강자일지언정, 해체 영역에서는 후발주자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속도전’으로, 프랑스 오라노는 ‘전 주기 관리’로, 독일 지멘스는 ‘정밀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반면 우리는 상용 원전을 끝까지 뜯어본 경험이 전무(全無)하다. 기술 자립도는 82%라지만, 고방사능 구역을 누빌 로봇 팔과 디지털 트윈 기술은 여전히 실증이 시급하다. 자칫하다간 1,000조 시장의 주인은커녕, 안방인 고리 1호기마저 외산 장비의 실험장으로 내어줄 판이다. 기술 없이 덤비는 해체는 재앙이고, 준비 없는 시장 진입은 무모한 도박이다.

 

3. 전략(戰略): 고리에서 배우고 월성에서 승부한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뒤집을 ‘이원화(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

  • Track 1. 고리 1호기 (Fast Follower): 글로벌 표준인 경수로(PWR)다. 이곳은 국산 레이저 절단 장비와 제염 기술을 검증하는 ‘실증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국산 장비를 투입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 Track 2. 월성 1호기 (First Mover): 승부처다. 세계적으로 상용 중수로(CANDU)를 완벽히 해체한 나라는 아직 없다. 난이도 높은 삼중수소 처리와 칼란드리아 절단 기술을 우리가 먼저 확보한다면, 캐나다와 루마니아 등 중수로 보유국 시장은 고스란히 한국의 독무대가 된다. 이것은 틈새시장이 아니라, 누구도 밟지 않은 설원(雪原)이다.

 

4. 해법(解法): ‘K-Decom’ 패키지와 선단형 진출

단순 시공 하도급으로는 승산이 없다. ‘K-Decom’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하드웨어(Cask, 절단기), 한전기술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디지털 트윈), 한수원의 운영 노하우를 하나로 묶은 ‘턴키(Turn-key)형 통합 솔루션’으로 승부해야 한다. 여기에 전문기업 인증을 받은 강소기업들을 태워 ‘팀 코리아(Team Korea)’라는 선단을 꾸려야만 폐쇄적인 글로벌 시장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5. 결(結):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3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발주 물량이 폭발한다. 남은 시간은 5년 남짓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은 하청 국가로 전락한다. 정부와 기업은 사활(死活)을 걸고 다음 3가지를 실행해야 한다.

  • 첫째, 규제 샌드박스 도입: 낡은 규제의 족쇄를 풀고, 검증된 신기술을 과감히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열어야 한다.
  • 둘째, Lab to Site (현장형 R&D): 연구실의 논문이 아니라, 실제 오염된 쇳덩이를 자르고 녹이는 실전형 기술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 셋째, 세일즈 외교: 원전 수출 때 보여줬던 민관의 결기를 해체 시장에서도 재현해야 한다. 정부가 보증하고 기업이 뛰는 G2G 협력이 필수다.

원전 해체는 혐오 시설을 치우는 뒷수습이 아니다.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창출하고, 원전 산업의 순환 고리를 완성하는 제2의 창업이다.

 

한국형 원전해체(K-Decom), 글로벌 진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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