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기업과 노동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경쟁력이 점차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 법의 통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노동 리스크 회피와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산업용 로봇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산업용 로봇시장 역시 급속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로봇시장의 밝은 성장 전망과 함께 인수합병(M&A)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이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은 해당 산업의 M&A 트렌드와 주요 고려사항을 정리한 내용이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제조 로봇(약 50%), 서비스용 로봇(약 17.5%), 부품 및 소프트웨어(약 32.5%) 등으로 구성된다. 산업용 로봇의 공급은 제조기업에서 부품을 조달해 로봇 시스템 통합기업(System Integrator, 이하 SI)에 로봇을 납품하면, SI 기업이 로봇 수요기업의 공정 프로세스에 맞게 로봇과 장비를 연결(GUI, 통신, 시퀀스 제어 등)하며 이뤄진다.
국내 로봇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성되며,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이다. 업체 수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전체 산업의 98.7%를 차지하고, 매출 기준으로는 10억원 미만 기업이 전체의 약 63.7%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대기업의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 수 |
대기업 |
중견 |
중소 |
합 계 |
제조 로봇 |
5 |
10 |
550 |
565 |
전문서비스로봇 |
3 |
2 |
350 |
355 |
개인서비스로봇 |
2 |
- |
159 |
161 |
부품 및 소프트웨어 |
3 |
8 |
1,408 |
1,419 |
총 계 |
13 |
20 |
2,467 |
2,500 |
비중 (%) |
0.5% |
0.8% |
98.7% |
100% |
Source : 2022 한국로봇 실태조사
글로벌 로봇시장의 제조업 로봇밀도(근로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를 살펴보면, 전 세계 평균은 약 162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로봇밀도는 1,012대로 산업용 로봇 보급률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직원 10명당 1대 꼴에 해당한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이 근로자 중심의 노동시장에서 산업용 로봇 중심으로의 전환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제조업, 전기/전자 제조업, 금속/기계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IFR)이 발표한 '월드 로보틱스 2024(World Robotics 2024)'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건수는 약 54만 1,000건을 기록했다. 이 중 자동차 제조업이 약 13만 5,000건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전기/전자 제조업이 약 12만 6,000건(23%), 금속/기계 제조업이 약 7만 7,000건(14%) 순으로 나타났다.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시장은 2024년 약 23억 200만 달러에서 2033년 약 235억 2,8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29.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통적인 제조로봇과 협동로봇 모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협동로봇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분야로 주목받는다. 2024년 산업용 로봇 중 다관절로봇이 주축이 되는 협동로봇의 비중은 약 35%(약 81억 6,000만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제조기업 외에도 다양한 시장에서 협동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동로봇의 미래 전망은 더욱 밝아질 것으로 보인다.
(단위: 10억 달러)
국내 로봇산업 M&A는 산업용 로봇보다 대기업이 추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투자기업 |
투자대상 |
투자개요 및 전략 |
삼성전자 |
레인보우로보틱스 |
산업용·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확보. 2023년 868억 원 투자 → 2024년 지분 35% 확보, 자회사 편입 |
현대자동차 |
보스턴다이내믹스 |
이족·사족보행 로봇 기술 확보. 스마트팩토리 및 자율주행 연계 |
LG전자 |
로보스타,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
산업용·자율주행·웨어러블 로봇 분야 확장.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 투자 |
SK텔레콤 |
씨메스, 유일로보틱스 |
AI 기반 로봇 솔루션 확보. 유일로보틱스 지분 23% 콜옵션 확보 |
HL그룹 |
스탠리로보틱스 (프량스) |
주차·순찰 로봇 기술 확보 및 글로벌 진출 강화 |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은 전통적인 제조로봇 기업과 협동로봇 기업으로 구분된다.
전통적인 제조로봇 기업 중 제우스, 톱텍 등 대규모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들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과의 견고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자동화 라인을 중심으로 한 산업용 로봇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왔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템과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 인수를 통해 추가적인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등 국내 협동로봇 제조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규모의 경제 미실현으로 인해 2024년 말 현재까지 재무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협동로봇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저가 제품군 확대 △부품 국산화 및 기술 고도화 △정부의 연구개발(R&D) 및 실증지원 확대 △사후관리 서비스(AS) 고도화 △글로벌 브랜드 신뢰도 강화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술력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M&A 활성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노동시장의 불투명한 전망으로 인해 산업용 로봇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용 로봇시장의 성장과 긍정적인 전망은 해당 산업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산업용 로봇(특히 협동로봇) 제조기업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M&A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지속적으로 주목해 볼 만한 산업으로 판단된다. 만약 제조기업의 실적 회복이 우려된다면 우선적으로 SI 기업 인수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제어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