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의 LNG 수출 개시로 계약·가격·거래 규범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가스 수입 구조는 완전히 뒤집혔다. LNG는 더 이상 ‘고정 물량’이 아니다. Henry Hub 연동, FOB, Destination-Free 계약이 확산되면서 목적지 변경과 재판매가 가능한 유연한 상품으로 변신했다. 장기계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안에 유연성을 심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
TTF·JKM·Henry Hub가 글로벌 LNG 가격을 좌우하며, 세 허브는 절대 수준은 달라도 방향은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패턴을 보인다. 이제 LNG 가격은 유가가 아니라 허브의 움직임이 신호다. 허브(방향)와 베이시스(허브 간 차이)를 분리해 헤지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2024~2028년 LNG 액화능력은 약 2억톤 늘어날 전망이며, 이 증가분의 대부분을 미국과 카타르가 책임진다. 미국은 탄력적 공급자, 카타르는 저원가 기반의 안정적 공급자다. 이 조합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조정 기능을 강화하며, 2028년까지는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되지만, 2030년 경에는 수급 균형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LNG를 제도화했다. EU는 매년 11월 1일 기준 가스 저장률 90%를 의무화했고, 이를 위해 FSRU와 터미널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LNG는 단순한 선택재가 아니라 정책이 만든 ‘재충전 수요’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는 성장과 완충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중국·인도는 구조적으로 가스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고, 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은 가격에 따라 수입을 조정하는 스윙 바이어로 작동한다. 이 두 축 덕분에 글로벌 LNG 시장은 극단적 붕괴 대신 완화→조정→재균형 패턴을 보인다.
LNG 복합화력(CCGT)은 석탄화력 대비 탄소 배출을 약 40~50% 줄일 수 있으며, 발전 효율도 두 배 가까이 높아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유리하다. 특히 전력계통에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조정력 자원으로서 LNG 발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LNG는 단순한 화석연료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구조적으로 LNG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의 질문은 “LNG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면, 어떤 구조로 도입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로 바뀐다. 한국의 LNG 조달 전략은 Dual Core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기저 물량을 확보하고, DF·FOB 현물 및 단기 계약을 통해 유연성을 보완하는 듀얼 구조가 바람직하다.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도 LNG는 단순히 ‘과도기적 연료’가 아니라, 탄소중립을 향한 전환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할 에너지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