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는 유럽 22개국* 소재 250개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AI를 활용해 분석했다. 조사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 분포는 소비재(22%), 금융(22%), 산업 및 서비스(21%),에너지 및 자원(17%), 정보통신 및 미디어(13%), 헬스케어(5%) 이다.
*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영국, 아일랜드, 크로아티아, 그리스, 덴마크
CSRD를 이행하기 위한 공시 기준인 ESRS*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전반에 걸친 10개의 주제별 기준을 포함한다. 기후변화(E1), 임직원(S1), 비즈니스 수행(G1)은 대부분의 기업이 공시에서 공통적으로 다룬 핵심 주제였다. 이들 항목에 대해 기업들은 관련된 영향, 리스크 또는 기회를 식별하고 이를 보고서에 반영했다.
기후변화 관련 공시가 없었던 기업은 단 두 곳(서비스업 및 소프트웨어 기업)뿐이었으며, 해당 주제가 자사 또는 이해관계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
산업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정보통신 및 미디어’ 업종에서는 생물다양성(9%), 수자원(6%), 오염(3%) 관련 공시가 드물었으나, ‘산업 및 서비스’ 업종에서는 절반 이상의 기업이 해당 주제에 대해 최소 하나 이상의 영향, 리스크 또는 기회를 식별하고 이를 공시했다.
*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조사 대상 기업 대부분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영향, 리스크 또는 기회를 공시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기회보다 리스크를 더 많이 공시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 중 약 70%는 온실가스(GHG) 배출 감축 목표를 공시했다. 하지만 에너지 및 자원, 산업 및 서비스 업종에서는 절반 정도만이 이러한 목표를 공개했다.
전체 기업의 약 4분의 3이 기후 전환 계획을 공시했지만, 금융 업종에서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금융 기업들은 전환 계획이 아직 수립 중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언급했으며, 대출 및 투자 활동에서 발생하는 Scope 3 배출 감축 조치에 초점을 맞춘 공시가 많았다.
Scope 3 배출 관련 공시 항목을 보면, 대부분의 기업이 출장, 연료 및 에너지 사용, 제품 서비스 및 구매와 관련된 배출을 포함했다. 이처럼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항목이 있는 반면, 산업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공시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금융 업종에서는 약 75%의 기업이 투자와 관련된 배출을 공시한 반면,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단 15%만이 이에 대해 공시했다.
ESRS 기준에서 다루지 않은 중요 이슈에 대해 기업들은 개별 공시를 통해 보고하고 있으며,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프라이버시는 약 20%의 기업이 공시했으며, AI 관련 공시는 2%, 혁신을 긍정적 영향 또는 사업 기회로 공시한 기업은 8%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금 관련 공시는 5%**였으며, 특히 EU는 2026년부터 국가별 세금 보고(CbCR)*를 의무화할 예정으로, 일부 기업은 이를 선제적으로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다.
* Country-by-Country Reporting: 각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익, 납부한 세금, 고용 인원, 자산 등의 정보를 국가별로 나눠서 보고하는 제도
CSRD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대해 제한적 수준의 인증을 요구한다. 일부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임직원 관련 데이터 등 특정 항목에 대해 합리적 인증을 선택했다. 분석 대상 기업 중 한 곳은 전체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대해 합리적 인증을 적용했다.
검토한 보고서 중 인증 전문가로부터 한정 의견(Qualified Opinion)*을 받은 사례는 소수였으나, 대다수의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인증 관련 주의 문단이 포함되어 있다:
인증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사안에 주목했다:
이는 지속가능성 정보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 확보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 인증 전문가가 보고서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일부 항목에 대해 문제가 있거나 제한이 있어 신뢰성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의견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 간 지속가능성 보고 준비 수준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보고를 이제 막 시작한 반면, 다른 기업은 이미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를 갖추고 있어 공시의 품질과 범위에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CSRD가 아직 과도기 단계에 있으며, 기업별 대응 수준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력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격차를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도 CSRD 기반 보고가 ESG 전체 주제를 아우르는 첫 보고 사례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사에 맞는 공시 체계를 구축해 이를 경영 전략에 연계함으로써 지속가능성과 공시 역량을 함께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CSRD의 성공 여부는 투자자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실질적으로 유용하다고 평가하는지, 그리고 기업 리더들이 보고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실제 경영 의사결정 (예를 들어 신제품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공급망 재편, 세무 전략 수립 등)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영하는지에 달려 있다.
검토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분석 대상 기업의 80%가 연차보고서의 리스크 항목에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리스크를 재무적·운영상 리스크와 함께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가능성이 점차 리스크, 수익, 가치 창출에 관한 핵심 경영 논의의 일부로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SRD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보고는 이러한 변화가 기업 전반에 자리 잡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향후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공급망 재편, 세무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보고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도 지속가능성 보고를 단순한 공시가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은 본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별 특성과 자사 전략을 반영한 맞춤형 공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유럽 기업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기후변화, 임직원, 거버넌스 등 공통 이슈를 다루면서도 산업별 특성과 사업 환경에 따라 공시 주제의 우선순위가 달랐다.
특히 일부 기업은 업종의 일반적 관행을 넘어,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AI), 세금, 혁신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선제적으로 공시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한국 기업도 유럽 선도 기업의 보고서를 벤치마킹하되,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자사 산업군의 리스크 · 기회 구조와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반영한 전략적 공시 항목을 선정해야 한다.
또한, CSRD의 ESRS 기준뿐 아니라 ISSB의 IFRS S1 및 S2 기준도 함께 고려해 글로벌 투자자와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중 공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시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 공시 체계는 기업이 어떤 주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공개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현재는 비주류로 여겨질 수 있는 주제라도 자사에 중요한 이슈라면 선제적으로 공시하고 관리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