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6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송전망 확충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민간 참여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가운데, 민간자본을 유치하려면 투자비 회수 구조와 위험 배분, 사업자 선정 기준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삼일PwC(대표이사 윤훈수)가 9월 15일 ‘민간 투자를 통한 송전망(K-Grid)의 대전환’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웨비나는 전력 인프라 분야에 대한 민간 투자를 검토 중인 기업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국내외 송전망 현황을 짚어보고 민간 참여 확대에 따른 사업 기회, 제도적 과제 등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웨비나에는 기업 관계자와 투자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원석 PwC컨설팅 스트래티지앤(Strategy&) 리더(부대표)는 개회사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규모 송전망 투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망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며 “공공 중심의 투자체계를 넘어 민간의 자본과 전문성, 혁신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이번 웨비나가 기업과 투자자들이 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열린 ‘민간 투자를 통한 송전망(K-Grid)의 대전환’ 웨비나에서 한정탁 삼일PwC 에너지 트랜지션 플랫폼 리더가 발언하고 있다. 한 리더는 발전지와 수요지의 불일치, 재생에너지 확대, 수도권 수요 증가에 따른 지역별 송전 병목 현황을 설명하고 민간 투자를 통한 송전망 확충 및 운영체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한정탁 삼일PwC 에너지 트랜지션 플랫폼 리더(파트너)가 ‘국내 송전망(K-Grid)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리더는 발전 시설이 비수도권과 해안 지역에 집중된 반면, 전력 수요는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에 몰리면서 발전지와 수요지 간 지역 불균형이 송전망 병목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발전설비 증가에 비해 송전망 확충이 더디게 진행된 가운데, AI·반도체·데이터센터의 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2040년까지 전력 수요와 장거리 송전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리더는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시대의 경쟁력은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에 좌우된다”며 “국내 전력 문제의 핵심은 발전량 부족이 아니라 송전망 병목인 만큼, 발전지 인출망과 장거리 기간망, 수도권 후단망 등 세 가지 축을 적기에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전망을 단순한 전력 인프라가 아니라 미래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임지산 에너지 트랜지션 플랫폼 파트너가 ‘해외 전력시장 송전망 확충 사례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임 파트너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주요국이 도입한 민간투자 방식을 소개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와 투자비 회수 체계 등 국내 제도 설계에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임 파트너는 해외 송전망 사업에서 민간의 참여 방식이 건설 후 자산을 넘기는 ‘건설 후 양도형(Build-Transfer, BT)’과 소유·운영까지 담당하는 ‘건설·운영형(Build, Own & Operate, BOO)’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임 파트너는 “민간자본을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선정 절차뿐 아니라 투자비와 적정수익의 회수 방식, 공사기간 및 사업비 변동에 따른 위험 배분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사업자가 담당할 사업 범위와 입찰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인허가 지연과 사업비 변동 등 사업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을 공공과 민간이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김재운 인프라에너지센터장(파트너)이 ‘제도 변화의 방향 및 주요 검토사항’을 주제로, 이번 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건설 후 양도형(BT)’의 구조와 주요 쟁점을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검토되는 BT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송전망을 건설한 뒤 준공 즉시 소유권을 한국전력에 이전하고, 이후 운영은 한전이 담당하는 구조다. 민간의 역할이 건설기간으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전력망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줄이면서도 민간의 자본과 사업 역량을 활용해 전력망 건설 속도를 높이고 한전의 재무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파트너는 “국내 송전망 분야에서 BT 방식의 선례가 거의 없는 만큼, 투자비 회수의 예측 가능성과 금융조달 구조의 안정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대규모 민간자본을 안정적으로 유치하려면 공공과 민간의 위험 분담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부·한전·민간사업자·금융기관이 표준 협약과 재원 조달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표 이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송전망 건설 지연 현황과 국내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의 변화 방향 △해외 민간사업자의 송전망 참여 방식과 국내에서 추진 중인 민간 참여 방식의 차이점 △BT 방식의 장점과 적정 수익률 보장, 성공적인 재원 조달을 위한 제도적 요건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특히 국내 송전망 민간 개방 사업의 발주 주체와 발주 방식, 입찰 및 사업자 선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김재운 파트너는 “아직 선례가 없어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한전에 권한을 위탁하고 한전이 주무관청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사업자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별 분리 발주보다는 설계와 시공을 함께 맡기는 일괄 발주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제도의 정착 가능성과 관련해 김 파트너는 “민간에서는 이미 여러 기업이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와 한전이 구체적인 제도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면 시장도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일PwC는 이번 웨비나를 시작으로 전력 인프라 및 송전망 산업 관련 세미나와 연구를 이어가며 전문적 인사이트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