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쉐어드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난 1월 한국은행은 2014년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국내 및 세계경제가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대 저성장 시기에는 내실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의 흩어진 자원을 한데 모으고 최적의 프로세스를 갖춰 효율성과 전문성을 함께 높이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셰어드서비스'(Shared Service)라고 한다. 이것으로 제공 가능한 서비스범위는 회계·자금·총무·인사·기획·전산·구매 등 광범위하다.

기업 내 지원조직은 양질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최적화돼야 한다. 개별 조직 차원에서 제각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으나 이보다는 하나의 조직에 인력을 집중하고 프로세스를 갖추어 통합조직 차원에서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하면 숙련도 높은 서비스를 경제성 있게 제공할 수 있어 좋다.

우리 기업들은 자금·총무·전산·구매 등의 분야에선 셰어드서비스를 많이 활용하지만 회계분야는 아직 활용도가 높지 않다. 회계 셰어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이나 그룹 내에 독립된 회계센터를 설립하여 이곳에 회계인력을 집합하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표준 프로세스와 시스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회계 셰어드서비스는 어떠한 장점이 있을까? 회계업무의 특성상 여러 부서 직원이 업무에 관여할수록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부서마다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결산일정도 늦어진다. 회계 셰어드서비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즉 일정한 룰과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회계업무를 수행해 정확성이 높아지고 투명성이 확보되며 결산이 신속해진다. 또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업무를 세분화하여 분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생기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실제 셰어드서비스를 통해 대략 20∼40%까지 원가를 절감한 사례가 많다.

사업장 단위로 회계부서가 있는 A사의 사례다. 사업부는 계획에 비해 실적이 미달한 경우 그대로 보고하기가 부담돼 대책을 협의하는데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돼 투명성을 지키기 어려웠고, 결산일정도 지연되었다. 사업부마다 회계 처리하는 기준도 각기 달라서 결과적으로 재무제표가 왜곡됐다. A회사 CFO는 현장에서 꼭 필요한 업무를 제외하곤 사업부 회계부서를 없애고, 모든 회계업무를 본사 회계부서에서 수행하게 했다. 결산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일정이 단축됐으며 전사 회계처리가 일관성 있게 되었다. 인원도 3분의1로 줄일 수 있었다.

B회사는 전세계 20여개 해외법인의 결산을 국내 본사 회계팀이 대신한다. 연결기준 결산보고를 익월 2일에 끝낸다. 같은 규모의 기업 중 가장 빠르다. 회계 셰어드서비스를 통해 업무를 집중하고 결산프로세스를 표준하며 대부분 결산업무가 자동화한 결과다.

C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에 여러 법인이 생겼는데 언제 어느 법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불안했다. 매출채권의 부실, 예상치 못한 세금추징, 부정확한 재무보고 등 계속 새로운 이슈가 발행했는데 원인은 법인 관리담당의 경험미숙과 업무과다였다. 실제로 해외법인의 관리담당이 부임하기 전에 경험해본 업무는 한두 개 업무가 전부인데, 해야 할 업무는 너무도 많았다. 기획, 회계, 세무, 자금, 전산, 인사, 총무, 물류, 관공서업무 등 여기에 의전업무까지 감당해내야 했다. 관리담당 입장에선 재임기간 중에 아무 탈 없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 세무, 자금,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쉐어드서비스센터를 해당 지역에 세워서 법인들을 지원하게 되자 법인의 관리수준이 크게 개선되었고 관리담당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 초반부터 GE, P&G,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선진회사들은 전세계 가장 값싸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에 회계센터를 세우고 대규모의 인력을 배치하여 회계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예 외부 서비스업체에게 회계업무를 맡기고 있다. 필자는 예전에 인도, 말레이시아, 호주 등에서 회계센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본 적이 있다. 당시에 각종 회계업무를 지역별 또는 언어별로 나누어 한 곳에서 수행하면서 끊임없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었고, 현지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하여 한국 법인에 대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회계 셰어드서비스를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기존 회계업무 방식, 회계부서 운영이 최적인지 검토해보자. 프로세스의 표준화 및 조직의 통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둘째,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가 기본이다. 회계업무와 조직도 연결과 통합관점에서 프로세스를 재구축하자. 셋째, 경영진의 관심과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셰어드서비스는 사람과 조직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민감한 과제다. 조직 내 공감대 형성, 소통 및 합의 과정을 기반으로 한 소신 있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회계 쉐어드서비스를 통해서 원천적으로 결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며, 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중구 삼일회계법인 상무
머니투데이 2014년 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