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광물 규제에 대비해야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이 만든 ‘페어폰’은 지난해 초기 물량 2만5000대가 동났다. ‘페어폰’은 아프리카 등지에서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되는 광물을 사용하지 않으며, 재활용이 간편한 휴대전화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2012년 전 세계에서 40만통이 넘는 항의 메일을 받아 홍역을 치렀다. 미국 인권단체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24곳 중에서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광물 사용량을 토대로 ‘콩고 평화에 이바지한 기업’ 순위를 매겼는데, 닌텐도가 0점으로 꼴찌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하위권인 공동 14위에 올랐다.

‘분쟁광물’이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경영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분쟁광물은 콩고공화국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 10개국에서 생산되는 주석, 탄탈, 텅스텐, 금 등 광물을 뜻한다. 게릴라나 반군들이 채굴 과정에서 민간인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규제에 나서고 있다. 올 5월부터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광물 원산지를 밝힌 분쟁광물 보고서를 매년 공시해야 한다. 캐나다나 유럽연합(EU)도 분쟁광물을 규제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분쟁광물을 규제하는 국가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납품 기업에 알려야 한다. 주요 수출산업인 전자, 자동차, 기계, 항공우주 등에서 분쟁광물이 상당 부분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쟁광물 이슈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일부 대형 IT 기업들은 분쟁광물을 사용하는 기업과는 공급 계약 갱신을 중단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광물 규제가 한국 기업들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이 추진 중인 환경 규제, 인권 규제는 중국산 제품의 수출 공습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적극 대응한다면 중국에 맞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리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분쟁광물이 포함된 원자재와 부품을 파악하는 절차를 갖추고, 관련 정책과 규정을 사전에 정비해야 한다. 분쟁광물 관련 공급자 리스트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장온균 삼일회계법인 상무
한국경제 2014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