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경쟁력 향상, 제조업의 성공 DNA를 배우자

금융위원회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위한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우리 내부에서도 제조업은 일류인데 금융은 삼류라는 자조적 반성을 한 지 오래인바, 금융업 육성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업 발전의 청사진을 실제로 달성하려면 먼저 우리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진단 및 현실적 강화 방안 마련이 앞서야 한다.

금융업의 경쟁력 향상 방안과 관련하여 최근에 삼성그룹의 전략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나오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에서 일부 기업과 금융 계열사에 삼성전자의 선진 경영 시스템을 이식하여 제2의 삼성전자를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삼성전자에서 이룬 성공 경험을 자산화하여 제2의 성공 신화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한국의 제조 기업들의 경영 방식은 무엇이며, 이를 금융업에 접목하는 것은 과연 필요한 것일까? 한국의 성공적 제조 기업들은 대체로 비교적 안정적 지배 구조, 철저한 경쟁 체제 및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과 시스템의 지속적 개선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면 금융업의 대표 업종인 은행을 보면 본질적으로 고객이 맡긴 자금을 전제로 하므로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주식회사로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경쟁력 확보를 요구받는 이중적 구조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은행들은 지금까지 보수적 조직 문화와 경영진의 정기적 교체 및 직원의 순환 보직 등 제조업과는 다른 경영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러한 우리 은행들이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밖으로는 주요 선진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양적 완화 정책 및 바젤과 같은 국제 규제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매진하고, 안으로는 연쇄적 중견 그룹의 위기 속에서 부실 자산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전통적 예대 마진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영업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 또한 힘에 겨워 보인다.

이제 우리 은행들은 새로운 변신을 모색할 시점인 것 같다. 변신의 방법론으로 성공한 우리 제조업의 경영 방식에서 성공 DNA를 추출하고 이를 은행업의 경영 모델로 이식하는 이업종 벤치마킹은 시도할 만하다. 제조업과 은행업의 경영 방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우리 제조 기업들이 우리 문화에 기초해 입증한 성공 공식을 면밀히 검토하여 은행업에 적용 가능하게 수정 보완할 수 있다면 은행의 경영 혁신과 변신 과정에서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도 국가 경영 전략 차원으로 은행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은행의 경영진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특수한 지배 구조를 감안, 경영진이 변동되더라도 장기적 차원에서 경영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감독 방향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혁신과 귀중한 성공 경험을 업종 간 장벽을 넘어서 창조적으로 융합한다면 금융 한류를 볼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양일수 삼일회계법인 전무
조선일보 2013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