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혁신' 선택 아닌 필수

산업에 따라 다소 상이하겠지만, 기업들은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연구개발비에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투자에 대한 방향성이 맞는지는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다양한 산업 및 기업에 연구개발(R&D) 혁신 컨설팅에 관여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많은 기업들이 '연구개발만을 위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기업에서 많은 투자와 인원으로 연구개발을 하지만 실제 시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어 출시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사장되는 기술과 제품들이 너무 많은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연구개발 시기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어 시장에서의 적절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도 많았다.

리서치를 해보면 신제품 개발 주요 실패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객·시장의 요구 사항에 맞지 않는 제품 개발'을 들 수 있고, 두 번째로는 '늦은 시장 출시'가 뒤를 잇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구개발 혁신은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출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이런 명백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예가 8년 넘게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몰락이다. 4~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휴대폰 제조사가 벤치마킹하고 싶어 했던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병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휴대폰에 주력하면서, 자사의 운영 체제를 고집하여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연구개발 혁신에서는 고객의 요구와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마케팅 인터페이스 운영'이 강조되고 있다. 연구개발-마케팅 인터페이스 운영은 연구개발과 마케팅 부서의 협업을 통해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연구개발과 마케팅 부서는 교류와 의사소통이 부족하고, 조직 관점에서 분리되어 있고, 각 부서가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협업 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연구개발과 마케팅 부서의 중간 역할을 하는 '상품기획' 부서 등을 만드는 회사들도 늘고 있으며, 이외에 다양한 협업 노력을 통해 연구개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 연구개발 혁신에서 강조되는 것 중 또 하나는 한정된 투입자원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지를 평가하는 연구개발 성과관리영역이다. 기업의 성과관리에 있어서 연구개발영역은 다른 영역과 달리 이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기초기술 과제의 경우 당장 상업화되지는 않지만 향후 기업에 있어서 기본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이를 금전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된 연구개발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개발 프로세스를 가시화하고 개발과제의 특성별·단계별로 성과에 대한 기을 명확히 하는 등의 연구개발 운영 혁신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연구개발(R&D)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이다. 수년간 시장을 주도하던 많은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고객과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고객과 시장 관점에서, 더 나아가 고객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혁신을 하지 못 한다면, 몇 년 혹은 몇 십 년 후, 또다시 수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전쟁터라고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생존하지 못 할 것이다.

이한목 삼일피더블유씨컨설팅 부대표
머니투데이 2013년 9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