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지배구조의 경쟁력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와 관련하여 국민의 ‘대기업정서’가 악화되는 등 대기업집단 관련 문제들이 경제·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주도하는 경제민주화법안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이 대표적이라고 할 것이다.

자본시장측면에서도 이러한 동향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관련투자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적인 측면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분석해 투자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이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을 하고, 자본시장에서는 그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중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지배구조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란 대주주를 포함한 경영진-소액주주-채권자-종업원 등 기업 이해당사자들의 역학관계를 총칭하는 말로 조금 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기업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권한을 소액주주에게까지 확대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OECD가 마련한 ‘기업지배구조의 기본원칙’상의 국제권고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금융위기 이후 경제민주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권한 집중 방지를 위한 책임성 강화 및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순환출자금지 및 금산분리가 핵심인 경제민주화법안은 소유와 경영이 미분리 된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법안이 시행될 경우, 많은 재벌그룹들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대규모 자금집행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민간기업의 지배구조를 외부에서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의 논란도 빚어질 수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재벌구조 개혁과 경제민주화의 혜택을 고려하면 이 비용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반대하는 쪽에서는 투자 여력 감소 및 경영권 불안, 나아가 그룹해체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필자는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 분리의 취지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대안으로서 이미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가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정거래법상 규율을 받는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계열회사 간 순환출자 고리가 절연되어 동반부실화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부실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하여 시장에서의 유효경쟁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출자구조가 단순·투명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나 소수주주의 경영감시가 용이해지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권고하고 있는 바람직한 지배구조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금융그룹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금융그룹의 경우 CEO공백 장기화, 경영진-사외이사간 갈등, 소유구조분산 및 정부의 암묵적인 보호와 간섭, 기관투자자 등 주요 주주의 견제기능 소홀 등에 따라 지배구조관련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TF논의를 통해 CEO로의 권한집중 견제, 사외이사의 거수기·자기권력화 방지, 시장감시기능 활성화 등 세 가지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금융그룹의 경우 소유가 분산되어 있는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기득권 다툼, 사외이사의 자기권력화 등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좋은 기업지배구조는 다양한 투자기회를 유치할 수 있게 하고, 기업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설립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하고, 법률을 준수하고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장치를 제공한다. 즉,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은 경영의사결정의 품질향상 및 기업가치 또는 주주가치의 극대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기업의 체질 및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이에 따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주, 종업원, 고객 등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장경준 삼일회계법인 컨설팅부문 대표
머니투데이 2013년 8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