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감사 최소화하는 방법

"'12월 결산' 고집하는 한국 상황

효율적 감사 어렵게 만드는 배경

비상장사 세무신고 기한 늘리고

'감사인 배정' 늘려 독립성 키워야"

흔히들 회계사를 ‘자본주의의 파수꾼’으로 비유한다. 기업의 회계보고 자료에서 부정과 오류를 찾아내 수정을 권유하거나 이를 감사보고서에 적시해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익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계사가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가 필요하다. 분식에 맞설 용기, 각종 의혹을 파헤칠 수 있는 권한과 수단, 그리고 충분한 감사시간이다.

그런데 요즘의 실상은 어떤가. 매년 1000명씩 회계사가 배출돼 감사인들이 일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회계법인 간 수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감사인이 망설임 없는 용기를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감사인에게 조사 권한이 부여돼 있지 않다 보니, 수감대상인 회사의 솔직하고도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야만 감사 기준에서 정한 감사절차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과도한 수의 회계사들에게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여기서 논쟁할 생각은 없으나, 사법권이 없는 외부감사인이 수행하는 감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감사인을 대상으로 한 행정처벌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이런 한계가 인정돼야 하지만, 현실은 ‘감사’라는 어휘가 갖는 착시현상 때문에 감사인이 마치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주장되기도 한다.

감사시간은 어떤가. 새해가 시작되는 정월 초하루부터 3월 말까지 업무가 몰리는 이른바 ‘비지(busy) 시즌’ 동안 회계사의 사무실은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대부분 회사들의 결산기가 12월 말이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실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회계사들의 밤샘 작업으로 재무정보의 적정성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제2금융권까지도 결산기를 12월로 변경한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의 거의 모든 회사가 12월 결산기를 갖는 상황에서 과연 효율적, 효과적 감사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최소한 다음 두 가지만이라도 개선할 것을 제안해 본다.

첫째, 세무신고 기한의 연장이다. 원칙상 불특정 다수의 주주로 구성된 상장사와 달리 비상장사가 바쁠 이유는 전혀 없다. 세금신고만 아니라면 여유를 가져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처럼 비상장사의 법인세 신고 의무기한을 현행 3월 말에서 2개월가량 늦춰 5월 정도로만 연기해도 회계사들의 업무 폭주를 예방하면서 감사의 질과 더불어 재무정보의 질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배정제도의 확대다. 감사인의 용기를 기대하기 위한 가장 흔한 주장은 감사인의 감사 외 업무 수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감사인이 감사 외 업무를 수행하면 감사인과 감사대상 회사 간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형성돼 부실회계처리에 대해 모르는 척 눈감을 유혹을 받는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같은 맥락이라면 감사보수를 회사로부터 받지 않는 것부터 출발점으로 삼아야 설득력이 있다. 자칫하면 감사인의 독립성도 못 지키면서 적정 가격으로 훌륭한 컨설턴트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회사로부터 박탈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회사의 감사인을 감독기관에서 선정하는 배정제도가 대안으로 고려된다. 그러나 경쟁이 주는 발전적 장점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하고, 회계사들의 권위주의와 무사안일에 따른 폐해 가능성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만만한 선택이 아니다.

결국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외부 감사인 선임권을 존중하되, 현재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배정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된다.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이나, 부채가 일정액 이상 혹은 그 비율이 높은 기업,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의 회전율이 극도로 낮은 기업, 위험이 예상되는 특정 산업군에 속한 기업 등을 배정 대상으로 확대해 볼 만하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
한국경제 2013년 5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