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낼리 PwC 회장 "위기예측은 불가능…민첩한 위기대응 조직이 기업의 경쟁력"

세계 최대 회계·경영컨설팅업체 이끄는 데니스 낼리 PwC 회장

중소기업 글로벌 진출 돕는 것이 中企 정책 핵심

세계 경제 향후 연 2~2.5% 저성장 경험할 것

기업지배구조는 맞고 틀리는 문제 아냐…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



“중소·벤처기업 육성 정책은 세계 시장 진출을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세계 최대 회계·경영컨설팅 업체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데니스 낼리 글로벌네트워크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전략인 중소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이 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 성공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 경제는 향후 몇 년간 느린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 속의 사업 환경에서 민첩한 위기대응 조직을 만드는 게 기업의 주요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낼리 회장은 전 세계 158개국에서 18만여명의 회계사 등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PwC의 수장으로 2009년 선임돼 4년째 조직을 이끌고 있다. 한국 네트워크 법인인 삼일회계법인과의 제휴 4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낼리 회장을 지난 29일 서울 한강로 삼일회계법인 본사에서 만났다.

한국 새 정부의 화두인 중소 및 벤처기업 육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중소기업 육성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중소기업을 통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창업이 느는 것은 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중소기업은 기업가정신과 창의성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장려하고 많은 창업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 지원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일본 엔저 등으로 한국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고품질 제품·서비스를 생산해 글로벌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지금까지는 놀랄 만큼 잘해 왔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계속 그런 장점을 이어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소비자 요구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경쟁은 심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독특한 기업 소유 구조인 재벌에 대해 평가한다면.

“세계에는 여러 가지 독특하고 다양한 기업 지배구조가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정부가 소유하기도 하고 다른 기업은 지분이 투자자들에게 분산돼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가족이 소유하고 지배합니다. 어떤 지배구조를 갖고 있든, 모든 기업은 근본적인 질문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수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성공할 것인가가 그것입니다. 이 질문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답하는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기업 지배구조는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남북한 간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남북 문제는 해외 투자자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는 이슈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투자 기회와 다른 지역 투자 기회를 비교해서 판단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갈등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관리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과 관점을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의 대처 방식은 외국 투자자들이 위험과 보상을 분석하는 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세계 경제는 어떻게 보는지요.

“세계 경제는 향후 몇 년간 매우 느린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봅니다. 수년간 세계 경제는 연 2~2.5%의 낮은 성장을 보일 전망입니다. 이는 유럽이 재정위기 등 지역 문제를 잘 관리해 나가고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저성장 시기에 기업들이 택해야 할 생존 전략을 꼽는다면.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고객 경험관리입니다. 제품에 대한 고객의 전반적인 경험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경영 기법이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고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둘째는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입니다. 마지막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불필요한 비용은 줄여야 하고 자재 조달부터 생산·유통·판매에 이르는 서플라이 체인(공급사슬) 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되풀이되는 데 대한 기업들의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요.

“유럽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고 중국에는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며, 중동엔 지정학적 이슈가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요인들이 합리적이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위기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하고(agile), 유연한(resilient)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능력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

국경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까요.

“당분간 M&A는 국경 간은 물론이고 자국 내에서도 그리 활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최근 PwC가 세계 기업들의 CEO(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해 보니 광산, 에너지·전력, 통신 등 일부 업종은 향후 1년 내 M&A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 업종에서 M&A를 추진하겠다는 CEO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 M&A 급감 이유로 분석됩니다.”

M&A 외에 기업이 꾀할 성장 전략이 있다면.

“전략적 제휴와 조인트벤처 설립이 급증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아마존이나 애플 등의 사례처럼 CEO들은 더 이상 M&A에 매달리지 않고 다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공유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또는 연관 산업 내 다른 업체들과의 협력은 제품 공동 개발, 고객 공유, 시설 공동 사용 등을 통해 새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셰일가스가 에너지산업에 혁명을 몰고올 것으로 보는지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셰일가스 탐사와 개발은 에너지에 대한 패러다임과 관점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동안 외국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던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5년 전에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 기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상하긴 힘들지만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국 회계 투명성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한국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뒤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한단계 올라섰습니다. 한국의 IFRS 도입은 분명히 올바른 방향이었고 이를 적극 지지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고품질의 회계기준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졌습니다. 이는 세계 자본시장의 여러 문제를 푸는 해결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일본 등도 조만간 IFRS 도입에 대한 확실한 계획과 일정을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일본은 세계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 데니스 낼리 회장은

1974년 PwC 미국법인의 디트로이트사무소에 입사한 이래 39년째 PwC에서 근무하고 있다. 1985년 파트너가 된 그는 PwC 미국법인에서 전략담당 임원, 회계감사 및 자문서비스부문 리더, 부회장, 회장을 맡았다.

2009년 7월 세계 158개국에 퍼져 있는 PwC 네트워크 법인들을 총괄하는 PwC 인터내셔널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회장이 된 이후 1년 중 적어도 3분의 2 정도는 각국 네트워크 법인을 방문하기 위해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낼리 회장은 취임 당시 16만3000여명이던 글로벌 네트워크 소속 전문가들을 현재 18만여명으로 10%가량 확충하는 등 PwC 성장을 이끌어 왔다. PwC는 2012 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에 315억1000만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올려 딜로이트(313억달러)를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낼리 회장은 회계감사, 컨설팅, 조세, 재무자문 등 회계법인 업무 중 특히 컴퓨터 생명과학 등 신기술 기업 감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2년생으로 웨스턴미시간대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골프와 요트가 취미다.

유병연/이상열 기자 yooby@hankyung.com
한국경제 2013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