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타일' 회계의 발전을 위해

IFRS 도입 1년…안정화 단계

일본에 앞서 회계 선진화 발판…투명운영, 책임의식 뒤따라야

한국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본격 적용한 지도 1년이 넘었다. 다소간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에 따른 혼란은 생각보다 작은 수준이었고, 이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순조로운 도입은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성공사례로 거론되곤 한다.

한국의 국제회계기준 도입은 전격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 관련 업계의 로비 결과가 아니냐는 오해가 제기될 정도였다. 한국이 그런 전격적인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회계선진화를 조속히 이루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늘 따라다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고,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과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충분한 사전준비를 마련하고 시행한 것은 아니었으나 과감한 도입에 따른 효과를 상당히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출주도형으로 돼 있는 한국의 경제 구조 특성상 2011년 말 현재 상장사의 자회사 중 약 56%에 달하는 4385개사가 해외에 있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IFRS 도입국가에 들어가 있다. IFRS의 도입에 따라 자회사가 별도로 재무제표를 전환할 필요가 없게 되고, 한국 기업의 기본 재무제표가 IFRS 기준으로 작성됨으로써 전 세계 자본 시장 및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회계 이슈를 글로벌 관점에서 접근하게 됨으로써 회계투명성과 신뢰도의 제고가 이뤄지고 있으며, 신종자본증권의 도입 등 한국 금융 산업의 신상품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일부 국가들의 상황은 복잡한 형국이다. 중국은 IFRS를 도입한 세계 100여개 국가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중국의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과 정합성을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적으로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은 국제회계기준 위원회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IFRS를 미국 회계기준에 포함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상장위원회는 IFRS 도입여부에 대한 결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의 사례는 한국과 매우 대비된다. 일본은 한국보다 1년 늦은 2009년에 IFRS 도입구상을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2010년부터 시작해 2016년께까지 상장법인들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2011년 6월 지진 및 쓰나미 재해극복을 사유로 도입연기를 결정하면서, 일본이 미국보다 먼저 도입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는 20년간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이를 극복할 정치적 리더십 빈곤으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활력을 잃어버린 일본 경제의 한 단면이 회계분야에서도 엿보인다. 이에 더해 올림푸스와 다이오제지 등의 분식회계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적어도 회계분야에서는 국제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국제회계기준 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조선산업 공동의 회계이슈 해결을 주도적으로 선도하고, 국제회계기준 위원회 위원을 배출하는 등 한국 회계산업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서울은 1988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명확한 전략과 차별화된 노력으로 나고야에 비해 열세였던 전세를 일거에 뒤집고 개최권을 따냈다.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으로 회계분야에서도 한국이 일본보다 선진화를 먼저 달성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하지만 기회를 결실로 매듭짓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지속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제도의 운영, 기업의 회계책임의식 제고, 회계 산업의 체계적 육성 등이 뒤따른다면 한국 스타일의 회계가 세계를 선도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
한국경제 2013년 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