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확신 설 때만 베팅해야"‥딜 만류하는 어드바이저

박대준 삼일PwC 전무 "IFRS 도입은 M&A 기업가치의 중대 변수"

대부분의 인수합병(M&A) 어드바이저는 거래를 부추긴다. 딜이 성사돼야 수수료(fee)를 얻을 수 있어서다. 직업적 관성을 이기지 못해 고객에게 해가 되거나, 안 해도 될 거래를 만드는 부류도 있다.

삼일PwC의 박대준 전무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특이한 인물이다. 때론 다된 거래를 깨뜨리기도 한다. 과열된 인수가격이 고객에 후유증을 남길 게 확연해보이면 욕먹을 각오를 하고 뜯어말린다. 분명 스테레오 타입은 아니다. 그는 삼일PwC가 자랑하는 기업가치평가(Valuation) 서비스 분야의 '챔피언'이다. 챔피언은 삼일PwC 내에서 최고 전문가를 지칭한다. 박 전무가 갖고 있는 M&A 밸류에이션 노하우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도입으로 더 분명해졌다. 상장사의 경우 올해부터는 IFRS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고 매출액이 2조 원을 넘는 대기업은 이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이런 IFRS의 등장은 M&A 시장에서 공정가치 이슈를 낳았다.

박 전무는 "순자산 1000억 원짜리 기업을 프리미엄을 주고 2000억 원에 샀다면 예전에는 이를 재무제표 상에 투자유가증권 2000억 원으로 표기하고 영업권 1000억 원으로 인식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런 편의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IFRS 상에서는 프리미엄 1000억 원을 왜 더 주고 샀는지를 분석하여, 공정가치로 평가된 자산배분 내역을 주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자산배분은 이른바 인수가격배분(Purchase Price Allocation)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다. M&A에서 장부상의 자산 가격보다 더 지불한 프리미엄을 △브랜드 △고객관계 △특허기술과 같은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또한 △영업권을 현금창출단위(CGU: Cash Generating Unit)로 배분해야 하는 기술적인 작업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순자산가치 1조원인 해외 기업을 2조원에 샀다면 나머지 1조원에 대해서는 M&A 종료 후 적절한 PPA 작업에 나서야 한다. 프리미엄 1조 원 중 일부가 PPA 이후에도 공정가치로 설명되지 못한다면 영업권 상각 등의 방법으로 해당액을 손실 처리해야 한다. 손실이 상당하다면 M&A를 수행한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지를 지적받을 수도 있다.

딜 메이커로서 박대준 전무가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바로 이와 관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M&A는 오너의 의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몇몇 기업이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성공하면서 일부 거래에서는 무분별한 가격베팅이 이뤄졌다. 당시 회계기준은 이를 제지하지 못할 정도로 느슨했으며, 아직도 일부에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후유증은 대표적인 사례다. 박 전무는 "당시 IFRS가 적용됐다면 재무적 투자자(FI)에 대한 과도한 풋옵션 제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는 M&A 프리미엄이나 인수기업의 실적을 연결재무제표로 모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과도한 레버리지나 M&A 풋옵션을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대준 전무는 삼일PwC 내에서 기업가치평가 이외에도 금융 및 사모투자펀드(PEF) 자문 분야의 대표 선수로 꼽힌다. 지난 20년간 쌓은 국내외 커리어와 실적이 그의 전문성을 말해준다.

1991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그는 1996년까지 감사본부에서 기본기를 익히고 이듬해 3월, 우등생 자격으로 PwC 시카고로 파견됐다. 재미(在美) 초 언어문제로 좌충우돌하던 그는 그해 말 외환위기가 터지자 한국 내 투자를 원하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연이어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가 업무의 전환점이었다. 감사 업무만 맡기던 PwC(시카고)가 그에게 포드의 M&A 실무팀을 도와 기아자동차 인수 실사를 맡긴 게 출발점이었다. 박 전무는 "IMF 이전까지 한국에선 M&A 개념이 많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정말 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며 "그 때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일한 것이 외국 투자가들의 관점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적잖은 거래를 경험한 그는 1999년 런던비즈니스스쿨(LBS)에 진학했다. 회계사로서 가질 수 있는 업무와 인식의 한계를 미국 파견 근무와 체계적인 학습으로 한 단계씩 허문 것이다. 2001년 귀국 후 그는 이종철(TS), 박수근(FAS) 부대표를 도와 지난 10년간 삼일PwC의 M&A 자문 역량을 지금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박 전무는 2001년 이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 외환은행 실사 △산업은행등 국내금융기관의 해외금융기관 인수업무를 자문했으며, 두산의 밥캣인수나 필라의 타이틀리스트인수와 같은 대형 해외M&A시의 실사업무를 담당했다. 폭넓은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어피니티(Affinity)와 퍼미라(Permira) 등 대형 펀드의 한국 내 투자자문도 맡고 있다.

클래식 감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인물이다. 꼼수부리지 않는 정직함이 그가 기업들로부터 얻은 신뢰의 비결이다.

박준식, 김태호 기자
머니투데이 더벨 2011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