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삼일회계법인 대표 "크로스보더 욕심내지 말아야"

딜 비즈니스 부문 대표…"기회 올때까지 꾸준히 현금 쌓아야"

올 해 M&A회계자문 삼일 사실상 1위…"회계서비스, 앞으로 컨설팅 영역까지"


'물량'만 놓고 보자면 올해 국내 M&A시장에서 삼일회계법인 회계자문 실적은 사실상 '1위'를 낙점해 놓은 상황이다. 현대건설과 같은 대규모 딜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큰 덩치를 활용, 중소형 거래 자문도 놓치지 않았다.

김홍기 삼일PwC 딜비즈니스 부문 대표(Deal Managing Partnerㆍ사진)은 이런 삼일의 자문서비스를 진두지휘하는 인물. 외환 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을 수 차례 맡았던 노장이기도 하다.그는 수 년간의 크로스보더 붐(Boom)이나 유럽위기 투자에 대해 "차분할 것"을 주문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확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살피라는 것.

'딜 비즈니스' 분야는 언제부터 맡으셨나.

"감사부문 대표를 역임하다가 올 7월부터 맡게 됐다. 삼일의 딜비즈니스 분야는 외환위기 이후 독립돼 활동했다. 사실 직전 명칭인 'TS/FAS'란 명칭이 사람들의 귀에 속 들어오지 않아 이름을 바꿨다. TS는 실사부문, FAS는 자문부문 이었는데 통합해 딜비즈니스 파트로 개명했고 현재 7개팀 500명이 있다"

과거 딜 비즈니스 분야 경력은 어떤 것이 있으신지.

"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관련 딜을 많이 했었다. LG카드, SK글로벌, 대우그룹 등과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 구조조정을 담당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M&A 매물처리도 맡게 되는데 이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유럽경제 위기가 확대되면서 기업들도 더 불안해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자문 한마디를 한다면.

"M&A차원에서 보자면 금년 말까지는 인수 딜을 전부 올 스톱하고 현금을 비축하고 기다리는 게 맞다고 본다. 불황 때는 준비하고 가격이 싸질 때 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 경기침체 국면이 2년 정도는 가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M&A 리스트를 보면 꽤 비싸게 산 것도 많다.그렇게 보면 내년 정도가 M&A 타이밍이라고 본다. 그러러면 지금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자금은 물론이고 내재가치가 높은 기업들을 찾아보며 연구해야 한다"

유동성 불안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자산매각 등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자산매각과 유동성 확보 등이 선순환이 되면 좋은데. 사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비주력사업을 자발적으로 매각한 곳은 두산그룹 정도로 손에 꼽는다. 나머지는 사례가 많지 않다. 또 매각을 해도 기업 스스로라기보다 채권단의 입김에 판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의 경우 아무래도 오너가 기업에 대한 소유권이 강한 측면이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때 때도 비슷하지 않았나.


"리먼브러더스 터질 당시에도 파산기업이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회계법인들도 이에 대비해서 인원을 더 충원하고 관련 부서에 전진배치 했다. 그런데 의외로 일거리(?)가 많지 않았다. 어쩌면 타겟팅을 잘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국은 '감기' 좀 걸리고 나은 정도다. 97년 외환위기 때 생긴 면역력이 의외로 센데다 기업들이 현금을 꾸준히 쌓아놔서 레버리지가 높지 않았다. 자연히 본격적인 구조조정 매물이나 자산매각이 많지 않았다. 향후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면 50대 그룹 안에서도 일부 기업들의 비핵심사업 매각이 나올 것으로 본다"

한동안 유럽위기와 맞물려 Buy Greece도 주목 받은 테마였다.

"삼일에서도 그리스 TF팀을 구성해 준비를 하고 있다. 해당 지역 오피스와 연락을 유지하며 잠재매물을 발견하고 분석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직접 매입하는 데는 '아직'이라고 생각한다.

걸림돌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경제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그리스의 향후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 둘째, 가격도 좀 더 내려가야 하겠다. 셋째, 국내 은행들이 현재 외화대출을 거의 중단한 상태라서 지금은 시기가 이르다."

수년간 크로스보더(Cross-Border)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매 번 말만 많을 뿐 성과가 많지 않다.

"지금의 크로스보더라고 하면 국내기업이나 투자기관이 해외기업을 사는 아웃바운드(Outbound)를 의미한다.

그런데 일단 한국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해외에 나갈 역량이 안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경우 건당 3~5억 달러의 투자를 선호하는 데 이보다 딜 규모가 작으면 쓰는 비용대비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 FI들은 자본규모 면에서 쉽지 않다.

결국 전략적투자자(SI)인 기업들이 나가야 하는데. 일단 가격 맞추기가 쉽지 않다. 중국 기업들은 사실상 정부의 지원아래 대대적인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크로스보더 딜을 매우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다. 규모에 맞지 않다. 3000억원 규모 이상의 딜을 수십건 한다고 하면 기업도, 국가도 휘청거린다. 삼성, 현대차 등 일부기업만 가능하다. 그리스 기간산업 매물들 거론되지만. 사실 입맛에 안 맞고 프라이싱도 문제다. 그리스가 다른 유럽의 선진국처럼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춰진 나라도 아니다."

최근 M&A자문 시장에서 글로벌IB들의 강세가 잠시 주춤한다. 반면 은행 지원을 받는 증권사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서비스 분야에 따라 '삼각축'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크로스보더 딜은 자연스럽게 외국계 IB들이 맡고. 국내 증권사들은 한국의 딜, 특히 은행 자금지원이 필요한 트러블 컴퍼니 위주의 딜을 맡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회계법인은 컨설팅영역을 맡을 것으로 본다. 이른바 자문도 단순한 재무자문에 그치지 않고, 실사도 재무와 회계는 물론, 세무와 IT까지 다양하게 맡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인수 후 통합(PMI)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국내 회계법인 인력들의 전문성과 퀄리티는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

"다른 외국계 IB들과 같이 일을 해보면 장단점이 보인다. 일단 외국계 IB들은 주니어들도 클라이언트와 상대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대표급, 오너급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줄 안다. 사람을 대하는 면, 종합적인 내용을 아우르는 면에서는 이들이 강하다.

이에 반해 삼일회계법인의 인력들은 디테일에서 월등히 강하다. 특히 스텝레벨이 그렇다. 막상 협상테이블에 앉아 논리를 짜내고 수치를 대입해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회계법인 인력들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취급받는다. 단순히 재무/회계 전문가가 아닌, 외국어 능통자나 컨설턴트 관련분야를 늘릴 생각이다."

근무여건이나 태도는 다른 IB와 비교할 때 어떤지.

"회계법인의 경우 외국계IB와 비교할 때 보상체계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그쪽은 장기 근무하면서 파트너그릅이 되면 수입이 올라가지만 단기실적으로 성과를 평가한다. 농담삼아 외국계 IB들이 가장 싫어하는 직원이 "여기서 뼈를 뭍겠다"는 직원들이라고 하지 않나(웃음).

반면 회계법인은 중장기 실적과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앞으로는 프라이딜과 구조조정딜이 많이 나올 것이다. 여기에는 경험 많은 직원들의 노하우도 중요하다."

어느새 회계자문 시장에서는 4대 회계법인 가운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사실 삼일PwC의 덩치가 크고 자연스레 우수한 사람을 많이 뽑는다. 인원 자체가 다른 회계법인보다 2배를 웃돈다. 500명 이상이 모여 있으니 기술력과 네트워크가 결합된 비즈니스, 전문화와 종합화가 졀합된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또 이 내부에서 팀마다 치열하게 경쟁을 하게 되니까 실력이 올라간다. 한국양궁에서 올림픽보다 국내 예선전이 더 치열하다고 하지 않나"

M&A자문시장에서 딜이 줄면서 수수료 덤핑 문제도 또 거론된다.

"워낙 자문사들이 난립해서 그렇다. 방법은 자문사들 스스로 블루오션으로 진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러면 딜 소싱이 역시 제일 중요하다. 소싱만 잘되면 어떤 식으로든 좋은 자문수수료를 받는다.

삼일의 경우 기존의 삼일경영연구원과 별도로 최근 '딜 리서치 센터'(Deal Research Center)를 만들었다. 기업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여기에 핵심과 비핵심 사업 분류, 업종분석 등을 일일이 따져본다. 또 국내 자문사들도 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딜소싱 능력도 키워야 하는데. 그러자니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DB와 네트워크가 없는 게 문제다. 이걸 갖추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일례로 일본의 노무라증권도 해외 네트워크를 리만브러더스를 인수했지만 정작 포인트를 둔 곳은 글로벌 지역이 아닌, 아시아 지역이었다. 즉 아시아 대표 IB를 목표로 리먼을 인수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크다고 해도 자기자본이 3조 수준인데 특정지역 포커스 맞추기 쉽지 않다. 그나마 삼일의 경우 PwC와 제휴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된다. 이런 블루오션을 찾아나가면 덤핑 문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자문거래의 감소로 연말 인력감축이 거론된다. 삼일은 어떤지?

"거꾸로다. 5%인원증가를 인원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3년전 리먼브러더스 이후 어려웠을 때 자발적으로 20명 정도가 나갔었는데 과장된 적이 있었다. 삼일의 경우 인원이 소요되는 분야가 워낙 많다"


현상경 기자 hsk@chosun.com
조선일보 2011년 1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