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CEO] 데니스 낼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회장

"불편한 것들에 편해져라(Get comfortable with uncomfortable)."

데니스 낼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이 말에는 데니스 낼리 회장의 지혜가 담겨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 새로운 인재관리 기법, 위기경영을 위해서는 어떤 내용의 논의를 하든 결국 '불편한 것들과 편해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찾아온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다시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각자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매일경제 MBA팀은 지난 11일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낼리 회장을 만나 위기시대 기업경영 기법을 비롯한 경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낼리 회장은 최근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조직 전체가 위기경영을 마음에 새기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아이콘적인 인재는 설 자리가 별로 없다"면서 "현재와 같은 시기에는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인재보다 함께 복잡한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인재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블딥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는 현재 매우 복잡한 세계에 살고 있다. 경제가 좋았다가 급격하게 나빠지기도 하고 다같이 망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움직인다는 여론도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강력한 국가가 되기 전에 늙어버릴 것이라는 예견도 나오고 있다. 너무 많은 의견들과 너무 많은 논란들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이나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다. 변화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PwC만 해도 그렇다. 처음엔 신흥시장에는 진출조차 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22%의 매출이 신흥시장에서 발생한다. 향후 1~2년 사이엔 40%가 넘는 매출이 신흥시장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wC의 입장에서는 서구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서라기보다는 우리의 고객들이 신흥시장에 많이 진출하기 때문이다. 더블딥 논쟁이 있는 현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만 기업들은 선제적 위기 대응을 통해 불황에도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낼 뿐이다."

선제적 위기 대응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위기 경영' 또는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1년에 한 번씩 자신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과거 위기 경영은 하향식으로 매우 일방적이였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비즈니스 계획과 전략 계획이 진화하면서 위기 경영 또한 진화했다. 보다 발전적인 기업들은 위기 경영을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싱크탱크(Think Tank)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실 위기경영이란 모든 비즈니스 과정에 녹아들어 가 있어야 정상인 것이다. 경영 관련 부서에서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위기 평가는 조직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 사실 진짜 위기는 아주 작은 것을 실천하지 못했을 때 생길 수도 있는 현상이다. 이를 무시하면 안된다. 조직 전체가 위기경영을 마음에 새기고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직원도 촉각을 세우고 위기라고 느끼는 점을 상사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선제적'이라는 단어는 '전부'라는 단어로 이해하면 되겠다. '조직전체'가 함께하는 위기 대응이다."

방금 말씀하셨다시피 위기경영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 현시점에 가장 알맞는 위기경영이란 무엇인가.

데니스 낼리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회장이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김재훈 기자> "현시점에서 위기 경영의 열쇠는 '유연성'이다.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유연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들어본 적조차도 없는 도전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완벽한 시나리오를 갖거나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불편한 것들과 편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분석하길 좋아했다. 분석적으로 현상황을 파악하고 고심 끝에 전략을 짠다. 이런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현실적으로 당장 유연해지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 분석이 끝나기 전에 이미 유연해져 있어야 할 상황들이 발생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도 많은 사람들은 위기경영을 금융 쪽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바보 같은 생각이다. 너무 많은 빚을 져서 금융위기를 맞이하면 물론 위기경영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같이 글로벌한 시대에 위기가 곧 금융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루한 발상이다. 위기는 정치적 이슈들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자연재해의 결과물로 올 수도 있으며 공급망 관리 소홀로 일어날 수 있다. 이젠 위기경영도 금융에 치우치지 말고 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 할수록 어떤 부분에서 위기가 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올해 초 발생했던 일본 대지진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에 위기였다. 공급망이 무너져 내렸을 때 대안이 없던 기업들은 당황했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신흥시장에 진출하면 정치적 이슈 때문에 경영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가끔은 이렇게 뭘 어찌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국적의 직원들이 모여 있는 팀을 조성해서 초유의 사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다양한 배경의 다국적 직원들이 모여 있는 팀을 자주 언급한 것으로 안다. 실제로 '여섯 명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열두 명의 똑같은 초일류 배경을 가진 직원들보다 낫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진짜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다. 12명의 하버드 MBA 출신들은 소용없다. 현재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들은 과거의 것들과는 다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은 더 이상 한 가지 시각으로 바라봐선 답이 안 나올 경우가 많다. 아니 답이 안 나온다기보다는 틀린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다양한 시각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팀에서 공통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경청의 태도다.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어야 이런 팀이 성공적일 수 있다. 이런 태도만 갖는다면 무적의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현재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길은 신흥시장의 부흥밖에 없다. 다음 20년을 내다보면 전 세계 GDP의 65%는 신흥시장에서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양한 문화환경에서 어떤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올바른 관점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에 맞춰 적절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받아들이고 다름을 존중할 수 있으며 다양성을 중시하고 유연성을 가진 사람이 미래형 인재임과 동시에 모든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인재다. 이는 불과 5년 전의 인재상과도 다른 것이다. 더 이상 책으로 읽어서 세계를 아는 인재는 필요없다. 직접 경험하고 직접 느낀 경험자가 필요하다. 말로만 오픈마인드인 사람이 아니라 실제 다문화를 경험하고 다문화를 존경하며 다양한 타임존에서 여러 가지 기술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경험한 사람이 중요하다. 여기에 사람들과 협동을 잘하고 대화할 줄 아는 '소프트 스킬'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아이콘적인 인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별로 없다. 물론 그는 대단했지만 함께 복잡한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인재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인재보다 현시점에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재를 채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을 회사에 계속 잡아 둘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방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남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인재 전쟁'의 시점이다. 인재들은 한정돼 있고 이들을 확보한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만약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면 그 기업은 곧 없어질 것이다. 다양한 문화권과 배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모여서 북적이다 보면 각자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조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예전 세대와 달리 요즘 세대 인재들은 본인의 삶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편이다. 본인의 목적을 이룰 수 없거나 가치가 다른 조직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을 인재는 없다. 개개인이 각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의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만 조성해도 인재들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금융위기가 아닌 인재위기를 겪고 싶지 않다면 알맞은 환경조성에 신경써야 한다."

인재경영의 성공사례로 어느 기업을 들 수 있을까.

"사실 우리 고객의 이름을 말하기는 어렵고, PwC 자체가 매우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PwC와 같이 전문성이 강조되는 직종의 기업들은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타 컨설팅 그룹들과는 달리 PwC에서는 인재이동이 별로 없다. 임원들이 가진 가치와 시각으로만 직원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특별히 인재관리 부서를 두고 이를 전략부서보다 중요시한다. 사실상 전략보다 인재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항상 도전적인 일을 많이 하는 그룹이지만 그 안에서 직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분야로의 도약도 돕는다. 적합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직원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는 기업을 인재들 또한 알아보고 떠나지 않는다."

끝으로 기업들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다시 말하지만 '불편한 것들과 편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위기상황들의 불편함, 새로운 성향의 인재가 나타나면서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불편함들과 최대한 빨리 편해지는 것을 목표로 경영해야 한다. 결국 발빠르게 변하는 현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유연하고 적응력 빠른 기업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것들과 빨리 편해질 수만 있다면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법칙이라고 확신한다."

■ He is…

데니스 낼리는 주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PwC 인터내셔널 회장이다. 2002년부터 미주지역 시니어 파트너 겸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974년 디트로이트 오피스에 컨설턴트로 입사한 데니스 낼리는 1985년 파트너가 됐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뉴욕 오피스에서 회계 담당 파트너로 재직했고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데이턴ㆍ오하이오 담당 파트너로 경력을 쌓았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는 미주 지역 전략담당자로 활동했다. 특히 1995년부터는 공공영역 활동도 두드러졌다. 1998년 이후 미주 지역 부회장으로 정부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 APEC 포럼, 브리티시 아메리칸 비즈니스 CEO 라운드 테이블, 뉴욕 경영대학원 스턴스쿨과 일리노이 대학에서 정기적으로 강연자로 참석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웨스턴 미시간 대학을 졸업했으며 컬럼비아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 최고위 과정을 수료했다.

황미리 연구원
매일경제 2011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