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삼일 개척정신 '상징'

"현재 삼일이 업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는 없죠. 삼일은 영속하는 기업이 돼야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좋은 직장을
만들고, 이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6월말 삼일회계법인 정기 파트너총회를 통해 세무자문그룹의 새로운 대표로 승진·임명된
박수환 대표는 사회 첫발은 한국은행에 내디뎠지만, 지난 1984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긴이래 줄곧 '세무분야'라는 한 우물만 고집한 인물이다. 그에겐 삼일회계법인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최고의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오래 전부터 가져온 꿈이 있다. 그는 요즘 새 대표로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500여 세무자문그룹 구성원을 '팀웍'으로 무장,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계기를 어떻게 찾을까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삼일 세무자문그룹을 국내 최고의 '세무명가(稅務名家)'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도 모자라, 세계
최고의 조직으로 만드는 꿈에 부풀어 있는 '명가의 적통(嫡統)' 박수환 대표는 어떤 인물일까. 조세일보가 [파워 재무인]이라는 코너를 통해 박 대표의 면면을 집중 해부해 봤다.



■ 부드러운 카리스마…'글로벌 도약'을 꿈꾸다

겉으로 드러나는 박수환 대표의 모습에선 이 사람이 정말 삼일회계법인 대표가 맞는지 싶을 만큼 서글서글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가졌다는 것 외엔 어느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분명 저마다 최고라고 자부하는 세무자문그룹 소속 전문가 500명 전원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긴장시키며, 끊임없는 방향제시와 동기부여로 삼일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삼일이란 조직은 영속된 기업으로 가야하고, 대표로서의 개인적인 역할도 영속된 기업으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후배에게 계속 좋은 직장을 물려주는 것이 제일 큰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 있는 신규 업무분야를 개척·개발해 삼일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데, 신규업무 창출을 어떻게 해나가야 되느냐 그런 생각에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업계 선두주자인 삼일의 역할은 업계 전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를 개척하는 것이지, 기존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삼일이 길을 열어 놓으면 후발 주자들이 따라 와서 시장을 개발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FTA가 타결되면서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돼, 기업들의 외국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삼일도 단순히 기다리는 입장에서 벗어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도전으로 점철된 삶…삼일 개척정신 '상징'

박 대표가 대학을 졸업한 후 자리를 잡은 첫 직장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한국은행이었다. 젊은 시절 상당한 자부심으로 후일 한국은행 총재까지 해보겠다는 당찬 꿈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대한민국 공인회계사라는 자격은 그에게 변화를 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숫자와 관계된 학문에서 더 큰 소질을 발견한 그는 한국은행을 다니면서도 공인회계사 자격시험 3차 시험까지 가볍게 합격했고, 내친 김에 아예 공인회계사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위해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다.

그가 입사할 즈음 삼일은 본격적인 일본계 비즈니스를 해보기 위해 독립된 팀 창설을 준비하던 상황. 내심 미국연수를 받고싶은 욕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입사한지 2년만인 86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그저 무작정 용감(?)하게 떠난 일본 연수였지만, 당시 그에겐 아내 외에 고작
28개월 밖에 되지 않은 딸아이와 태어난 지 100일이 되지 않은 아들이 동행하고 있었다.

선진국 동경에서 해외생활을 한다는 은근한 뿌듯함도 나름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일본행으로
제대로 된 일본어 한마디 모르는 데다 아무 연고도 없었던 그는 예상대로 곧바로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서툰 영어를 조금씩 어렵게 써가며 가까스로 살집을 직접 구해야 했고, 어른도 힘든 상황에서 병원에 자주 다녀야 할 갓난아이도 문제였다"며 "병원의 내과 등 안 다녀 본 곳이 없다. 아이는 아프고 말은 안통하고 정말 절박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그는 "그렇게 절박하게 6개월을 고생하니까 그 다음엔 정말 기적같이 일본어가 능통해지더라"며 "지금은 조금 힘들면서 재미있게 지냈던 시절 정도로 기억되지만, 아내는 그 때를 정말 감옥생활처럼 지냈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말이 통한 뒤부터 그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부터 배워가며 본격적으로 일본계 비즈니스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일본계 기업들은 그 특성상 하나의 서비스팀에서 여러 가지 국제거래 업무와 조세업무를 한번에 토털서비스로 해주길 바랬고, 그런 일본계 기업들의 일을 처리하면서 박 대표는 조세분야에서 '만능'으로 또 한편으로는 '일본통'이 돼가고 있었다.

일본기업들은 한 사람을 정해 놓으면 그 사람이 모든 것을 서비스 해주길 바라는 특성이 있었고, 때마침 경제자유구역으로 일본기업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박 대표가 있는 삼일은 엄청난 특수를 맞게 됐다.

■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은 결코 외롭지 않다

박수환 대표를 눈 여겨 지켜보고 있노라면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저절로 연상된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이 말은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라는 뜻이다.

몇 해 전 어떤 스태프가 당시 박수환 본부장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사직서가 들려 있었다. 얼마 후 박 대표를 면담하고 나온 그의 손에는 제출하지 않은 사직서가 그대로 들려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얼굴 가득 모종의 열의가 묻어났다.박 대표와 면담을 하고선 마음이 바뀐 그가 사직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현재 그는 세무자문그룹의 파트너까지 직위가 올라 있으며, 조직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인적 전문가집단은 특성상 높은 업무강도와 전문가로서 요구되는 자기계발, 치열한 경쟁상황 등에 따르는 스트레스로 인해 이직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지만, 오늘의 삼일로 규모가 커지기까지는 '덕장(德將)'인 박 대표의 숨은 노력이 뒤따랐던 것.

삼일 사람들은 "매년 결산이 끝날 즈음 새로운 파트너의 영입이나 승진 등의 인사가 이뤄질 때도 박 대표가 덕장 임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입을 모았다.

박 대표는 인사가 이뤄진 뒤에는 영전된 사람들을 축하하기에 앞서 누구보다도 먼저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의 움츠린 어깨를 감싸 안고 격려한다. 그는 "다음 번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엔 무엇이 문제였는지 등을 짚어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유학 등의 이유로 삼일을 떠난 지 오래된 스태프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삼일을 떠나는 일반여직원들까지 왜 지금도 박 대표와 굵고 튼튼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지 그 이유가 저절로 설명되는 부분이다.

■ 오늘을 이끈 유일한 '빽'…뼛속까지 꽉 찬 서비스정신

아주 오래 전의 어느 토요일 삼일회계법인의 내부 체육행사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박수환 회계사에게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그가 관리하고 있는 외국계회사 간부가 "외국 본사에서 갑자기 한국의 연간 범죄건수를 보고하라고 하니 빨리 알아봐 달라"며 급하게 그를 찾은 것.

박 회계사도 분명 감정이 있는 사람일 터. 당연히 "이것 보세요. 여기는 회계법인입니다. 범죄건수 통계라니요. 그런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란 말입니다. 그것도 주말에 이 무슨 무례입니까"라는 호통이 자연스레 나올법한 상황.

그러나 박 회계사는 보통사람들과 달랐다. 순간 그 역시 "이런 일까지 해야하나" 싶어 짜증스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고객이 얼마나 급하고 답답했으면 주말, 그것도 회계법인에 이런 것을 물을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 고객을 잠시 안심시켜 놨지만 그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과제는 10분도 안 돼 쉽게 풀렸다. 혹시나 싶어 아는 검사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연도별 범죄건수 통계를 그 친구가 가지고 있었던 것.

삼일 사람들은 "당시 박 대표가 보통사람들처럼 화를 내면서 답변을 거부했더라면, 오늘의 박 대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 사건은 삼일 사람들에게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유명한 교훈으로 회자된다"고 소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삼일회계법인은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 종합선물세트다"라는 평가가 외국계 회사사이에 뒤따랐고, 그만큼 삼일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다.

■ 조직은 '팀웍'이 중요…최고 재테크는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

삼일 조세자문그룹 리더로서 박 대표가 최근 구성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팀웍'이다. 그는 "조직사회이기 때문에 팀웍으로 일해야 한다. 팀웍의 중요성을 구성원들에게 많이 강조하고 있다"며 "조직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재테크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이라고 했다.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려는 수험생이나 또 후배 회계사들에게도 그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회계사를 하려면 무엇보다 적성에 맞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하는 시험준비는 좀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적성은 ▲굉장히 꼼꼼할 것 ▲서비스 정신이 많을 것 ▲자기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성격일 것 등이며, 본인이 여기에 부합하다고 판단되면 회계사 시험준비를 계속하거나 합격했더라도 이 일을 계속 해도 된다는 것.

특히 그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려고 하는 노력,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계속 발전을 위해서 새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여기에 보태 남을 위한
배려심까지 갖추면 회계사로서 금상첨화"라고 강조했다.

■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형통…다시 태어나면 연예인 돼볼까?

박 대표가 스스로 늘 다짐하는 말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가정을 많이 중시해라. 일을 열심히 해서 사무실에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무너지면 그것은 인정받는 게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가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가 이뤄진다'는 뜻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에서 그렇지 않게 사는 사람들을 봐오면서 가정의 화목이 정말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올 수 있기까지 상당 부분 역할을 집사람이 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모든 것은 집에서 내조를 잘 해줬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야근이 많았던 젊은 시절 "늦게 끝내고 퇴근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대화하면서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말에 따라, 일감이 든 가방을 몇 개씩 싸들고 퇴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박 대표다. 그는 "아내나 가족들을 너무 자주는 말고 간혹 감동시키면 좋다. 방법이 크진 않지만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작은 이벤트, 우리 남편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나 하는 것을 보여 주라"며 기자에게 권하기까지 했다.

1녀1남을 둔 그는 "틈틈이 크지는 않지만 작은 이벤트를 해오고 있다"며, "집사람이 들으면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할지 모르겠지만, 생일날 조그만 꽃만 주다가 어느 해인가 장미 백 송이를 주니까 아내가 깜짝 놀라더라"고 자랑했다.

그는 중부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박석환, 그리고 최근 대법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는 친형제다.

공을 가지고 하는 놀이는 거의 다 좋아해서 자칭 '만능 스포츠맨'이라는 그는 요즘은 얼마 전부터 시작한 국선도에 푹 빠져있다.

또 다시 태어나도 공인회계사의 길을 걷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해선 "회계사는 해봤으니까, 진짜로 연예인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제가 학창시절부터 곧잘 사람들을 웃겼어요. 다시 태어나면 최양락씨나 주병진씨 같은 개그맨이 되고 싶다"며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그다.

조혜정 기자 jhj@joseilbo.com
조세일보 2011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