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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빅뱅 D-6개월, CFO가 다 알아서 하니 CEO는 뒷짐?
IGM: 곧 IFRS 도입이 되는데요, 현재 우리 기업들이 어떤 수준입니까? 아직 준비 안된 기업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전무이사(이하 이 전무):지금 2011년 IFRS 도입 의무 기업 1900여 개 중 1500곳은 이미 준비가 완료되었거나 진행중인 상황이고, 약 400개 회사가 아직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착수하지 않은 회사들은 주로 중소형이거나 복잡하지 않은 회사들이므로 남은 6개월 내에 재무제표 준비는 가능할 것이며, 일부 회사들은 재무보고시스템 정비까지도 하실 수 있습니다.
IGM: 내년도 IFRS 도입을 앞두고 회계 실무자들은 이미 교육을 받고 IFRS에 대해 상당히 준비가 된 상황인데요, CEO나 임원급에서도 알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지홍 연세대 교수(이하 김 교수):IFRS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그 준비하는 기간이라든가 준비작업의 복잡성이 상당히 많이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기업이 크든 작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CEO의 IFRS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라고 봅니다. 이미 IFRS를 도입한 기업들을 볼 때, 회계실무자에게만 맡긴다거나 외부 컨설팅 회사에만 의존하게 되면 상당히 어려움과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고 있더군요. 경영진의 리더십과 전사적인 참여가 굉장히 필요합니다. 이 전무:IFRS 재무제표 만드는 것만 생각하면 준비가 간단합니다. 그러나 IFRS 재무제표가 주기적으로 작성되고 내부경영정보로 원활하게 활용되며 외부에 적절히 공시되는 재무보고과정을 고려하면, 보다 넓은 재무보고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IFRS를 도입하면서 ERP 등을 같이 검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회계기준만 바꿀 것인가,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의 차이입니다. 이 부분은 정말 매니지먼트에서 관여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투자할지를 의사결정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제도나 기준보다 운영 시스템이 더 중요합니다. 일례로 영국의 아비바 보험회사는 3000억 원 가까이를 IFRS 변경 때 투자했는데, 시스템 통합 및 정비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IGM: IFRS 도입을 6개월 앞두고, 지금 CEO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체크 포인트가 있을까요?
김 교수:지금 시점에서는, IFRS를 도입할 때 우리 회사의 재무비율이나 이익이라든가 법인세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영향 받는지를 사전 영향 분석을 미리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필요한 의사결정들을 해 놓으시는 것이 지금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IFRS를 도입하면 회사 이익이 달라지고요, 부채비율과 같은 재무 비율도 달라지고요, 종속회사가 포함되는 범위도 달라지고 법인세도 달라지는 등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이 전무:IFRS에는 기업, 이용자 외에도 기준기구, 감사인, 감독기구, 신용평가, 애널리스트, 언론 등의 많은 참여자들이 관여됩니다. 상장사에서 IFRS를 도입할 때에는 외부 이용자 그룹 중 특히 지분투자자, 채권투자자, 금융대출기관 관점을 만족시키는 재무제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IFRS 도입일 이전에 시장 이용자들에게 IFRS 도입 영항 및 변화에 대해 미리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IGM: 기업 의사결정에도 좀더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요.
김 교수:IFRS의 특징으로 ‘원칙중심 회계(Principle Based)’라는 점이 꼽힙니다. 우리나라 기존의 회계기준이나 미국 기준 같은 경우에는 규정 중심(Rule Based) 회계기준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규정 중심의 회계를 써왔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규정에 따라서 선택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됐거든요. 이게 원칙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회사의 판단과 결정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옵션이 많아지니 의사결정 할 때에 보다 신중하셔야 하거든요. 이 전무:연결재무제표로 인해 기업 연결범위가 기존과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역시 기업의 판단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연결범위를 재무부서에서 단독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재무라인, 경영진, 주주 이렇게 세 파트가 충분한 협의를 가져서 판단해야 하는 거고요. 국내 시장에서 자산규모나 외형으로 기업순위를 평가하는 풍토로 인해 연결범위를 넓게 판단하는 경향이 아직 있지만 이는 이론적 판단, 실질적 지배여부,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책임 등 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합니다. 회계법인의 입장도 있지만, 기업 입장이 충분한 자료에 근거하여 먼저 정해지기 전에는 감사인으로서 의견 표명에 신중하게 되겠지요
IGM: CEO들이 재무제표를 이용할 때에 유의해야 할 점들을 짚어 주십시오.
김 교수:회계 처리에 따라 기업가치와 주가, 신용등급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는 변화가 없지만 회계 결정을 통해 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자산이 늘어나니 이익이 늘고, 법인세가 늡니다. 동시에 기업의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ROI는 높아지죠. 법인세 증가 부분을 빼면 기업 입장에서는 다 좋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렇게 ‘보기에 좋은’ 재무제표를 가지고 있는 기업보다 회계상으로 자산 증가 처리를 하지 않은 기업이 더 캐쉬 플로우가 좋습니다. 그러나 보기 좋은 재무제표를 가진 기업에 투자나 대출이 몰리게 되는 경향이 생깁니다. CEO 분들께서도 재무제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회계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공부하고 아셔야 합니다.
IGM: 미리 IFRS를 도입한 기업들이 있지 않습니까. 다른 기업들이 찾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을까요.
김 교수:2009년에 IFRS를 조기적용한 기업이 KT&G, STX팬오션, 풀무원홀딩스 등 14개사, 2010년 적용 예정기업이 삼성전자, ㈜LG 등 42개사가 됩니다. 코스닥 기업들도 17개사나 됩니다. 빨리 도입하면 시장에서 좋게 봐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시작했지요. 2009년 조기적용기업들을 살펴볼 때,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면서 기업의 연결범위가 약간씩 늘었고, 자산, 자본은 약간씩 증가, 부채는 크게 늘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약간 감소했습니다. (표 참조)
자산이 늘어난 것은 많은 기업들에서 유형자산을 재평가할 때 간주원가로 채택했고,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면서 기업의 연결범위가 확대되는 등의 요인이 있었습니다. 부채가 거의 25%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기업에서 필수로 적용해야 하는 퇴직급여충당금 증가 때문에 그렇고요. ‘IFRS 상장사 67% 손익 준다’ 이런 제목의 기사도 나왔었는데, 제목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면이 많이 있으니 주의해서 보셔야 합니다.
IGM: 내부에서 실제 반응은 어떠했나요? 성공적으로 도입한 회사는 어떤 점을 잘하고 있나요?
김 교수:손익계산서에 영업이익도 없고 재무제표가 매우 간소해져서 기업들이 처음에 당황스러워 했죠. 지금은 금감원에서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넣어서 영업이익은 필수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IFRS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역시 회계부서뿐만이 아니라 전 부서의 경영자들이 함께 IFRS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공동작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마케팅 결정을 할 때에도 과연 IFRS로 인해 어떤 제품이 더 수익성이 있느냐, 또 어떤 부서가 더 이익이 많이 나는 부서가 되는지, 이런 것이 기존에 썼던 방법하고 차이가 생길 수 있거든요. 이게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IFRS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관심도 필요하고, 유기적으로 회계부서와 협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IGM: 그런데 지난 4월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IFRS 조기적용 기업의 재무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LG의 경우에는 단기순이익이 -70% 가까이 급감했던데요. 그건 왜 그런가요.
김 교수:㈜LG는 지주회사입니다. 지주회사는 자체적으로 이익 창출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주로 연결재무제표상에서 얼마나 많은 종속회사들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이익이 결정되죠. ㈜LG의 경우에는 이번에 IFRS를 도입하면서 종속회사수가 굉장히 많이 감소했습니다. IFRS에서 종속회사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우리 기존 기업회계 기준과 차이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지분율 30%를 초과하는 최대주주인 경우에는 지배 종속 관계가 성립되어 왔는데, IFRS에서는 50% 초과하는 경우에만 지배 종속 관계가 성립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분율이 30% 이상이지만 50%가 안되는, 그 사이에 있는 많은 종속회사들이 포함되지 않게 되어서 ㈜LG의 종속회사 수가 162개에서 29개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굉장히 많이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요.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기존 비상장기업이나 외부인에 의해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비외감기업들이 추가되면서 연결범위가 98개 기업에서 116개로 늘어나 IFRS 도입전과 비교해 재무상황에 큰 차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IGM: 비상장기업의 경우 IFRS 도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선택할 수가 있는데요, 이번 IFRS 도입을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미리 준비할 부분이 있습니까?
김 교수:우리나라 회계 정책(K-GAAP)이 상장기업들에게는 IFRS를 의무화 하게 되었구요, 비상장기업의 경우는 일반회계기준이 새롭게 마련됐습니다.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던 기업 회계기준보다 좀더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데요. 비상장기업의 경우에 아직 IFRS가 의무는 아니지만, 비상장기업 중에 상장을 준비하는 상장예정기업이라든가, 아니면 해외투자 유치 필요성이 있는 기업들은 IFRS에 관심을 갖는 게 좋습니다. 아무래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IFRS에 의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여러가지 비교 가능성이라든가 투자 의사결정상에 훨씬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IGM: 해외에서는 한국의 IFRS 도입 과정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이 전무:한국이 IFRS 도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해외에서도 현재 한국의 IFRS 도입이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가경쟁력 평가순위가 높아진 것에도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국제재무보고기준기구(IASB)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IFRS 도입은 재무제표 작성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시장에서 투자의사결정에 유용한 재무정보로서 안정되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점을 재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IFRS 의무도입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모두가 노력하는 자세를 기대합니다. 의무적으로 IFRS를 도입해야 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개별 기업들은 IFRS의 효익과 비용을 판단하여 도입하는 시기를 검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IGM: 오는 2013년 미국을 포함해 세계단일 회계기준이 도입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기업들이 이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면 될까요?
이 전무:현재 진행중인 IFRS와 미국회계기준(US-GAAP)의 일치작업은 이미 2006년부터 진행된 것으로 새로운 회계기준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IFRS와 US-GAAP을 일부 수정하는 것입니다. 미국도 2015년경에 IFRS를 의무도입할 예정으로 IFRS와 일치작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미 IFRS를 선택한 우리나라 및 유럽 등의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경험을 기초로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