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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빅뱅 IFRS가 온다] 회계 리더 인터뷰 /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

국제회계기준(IFRS)이라는 용어도 생소했던 지난 2005년. 국내 회계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 내부에선 작은 변화가 있었다.

IFRS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시작되고 IFRS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에서 다년간 회계감사 업무를 진행했던 인원들을 중심으로 별동대가 조직된 것이다. 물론 일부에선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돈이 되지 않을 일’에 인력과 시간을 소비할 이유가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지적이 그것이었다. 또 해외까지 나갔다 온 유능한 인력들도 해당 부서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진 못했다.

그러나 2년 후에 당시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변화가 또 발생했다. 2007년에 정부가 IFRS 도입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삼일로선 거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IFRS 전담팀과 산업 및 서비스별 담당 파트너 인원이 70여명에 이르고 IFRS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인력만도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IFRS에 대한 방대한 인력과 탄탄한 조직을 꾸리게 된 것이다.

삼일회계법인 안경태 회장을 만나 IFRS 그리고 최근 회계업계의 이슈를 들어봤다.


<대담=이장규 부국장 겸 증권부장>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은 한국과 한국기업의 투명성, 신뢰도를 높여 국제적인 위상을 증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하게 돼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경태 회장은 IFRS의 효과를 이렇게 분석했다.

특히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 앞서 우리나라가 먼저 IFRS를 도입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이들 국가를 넘어서는 원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안 회장은 내다봤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서서히 회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고 있어 향후에는 IFRS 전문 인력을 도입 후발국가에 파견하는 의미 있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회장은 “회계법인은 인력이 생명이다. 삼일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인회계사 숫자가 1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결국 IFRS 도입이 우리보다 늦은 나라에서 한국 회계의 유능함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도입 초기에는 노력과 비용 수반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특히 이미 IFRS 도입 준비를 끝냈거나 한창 진행하고 있는 대형 상장회사들 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형 상장사들엔 인력 부족, 비용 증가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안경태 회장은 “비용보다는 IFRS의 파급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도입 초기에 들인 노력과 비용은 자본 조달 용이성, 기업 투명성 확대, 주가 상승 등 IFRS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통해 향후 충분히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FRS의 파급력, 중요성 등으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안 회장은 ‘리스크의 글로벌화’ 측면에서 IFRS의 파급력은 이제 나라안에서만이 아닌 나라 밖에까지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회계법인이 IFRS 컨설팅과 향후 IFRS로 작성된 재무제표 감사를 소홀히 할 경우 또 이로 인해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을 한 기업이 부실화됐을 땐 회계법인의 리스크가 전세계로 노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회계법인들이 가격 경쟁 때문에 덤핑을 한다든가 IFRS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면 나중에 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회계사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달라지는 회계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태 회장은 파트너 회의에서 있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안 회장이 직접 회의 자리에서 풍선을 불었다. 그 풍선에는 세계 각국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풍선이 지구본이 된 것이다. 그런 뒤 안 회장은 가지고 있던 바늘로 풍선을 터트렸다. 풍선이 터지면서 여러 나라의 모양은 온 데 간 데 없이 쭈그러들고 말았다. 회계사들의 사소한 잘못이 회계법인을 위험에 빠트리게 한다는 비유다.

"회계법인들은 IFRS를 적용한 재무제표가 잘못 될 경우 글로벌 집단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회계법인의 사회적 책임이 IFRS의 도입으로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며 평소 지론을 밝혔다. IFRS로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들이 존경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뢰에 큰 타격을 받는 등 IFRS가 ‘기회’와 ‘위기’라는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또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당국의 징벌적 수단 역시 IFRS 도입에 맞춰 글로벌 스탠더드로 바뀌어야 한다는 소신도 덧붙였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회계감사가 적절히 수행됐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과 이를 감사하는 회계사간 책임구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기업과 회계사를 한통속으로 보는 시각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이 IFRS 컨설팅 부문에서 갖추고 있는 강점이 궁금했다.

안경태 회장은 “삼일은 그룹 회계정책 개선 및 글로벌 결산체제의 구축 등 재무선진화 업무에 있어 독보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등 국내 재무부문 컨설팅 업계를 선도하고 있고 이런 경험을 IFRS 컨설팅에서도 그래도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은 파트너십 관계에 있는 PWC 글로벌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내 유수 회사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경험을 통한 재무시스템 구축 경험에서도 차별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85%에 감사 및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PWC의 IFRS 전문가 조직과 원활한 의사소통 및 데이터베이스(DB) 공유를 통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기업은 IFRS 도입시 개별 계열사의 재무제표, 경영관리, IR, 관련 법규 및 감독정책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의 영향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IFRS라는 회계기준의 변경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생되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변경, 관련 시스템의 변경, 전사적 변화 관리 등 회사의 경영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반드시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충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중소 상장사들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안 회장은 “규모가 작은 상장사들은 앞서 많은 기업이 IFRS 도입 업무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등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도 기업의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경영진을 포함한 회사 구성원들이 IFRS 및 도입 업무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사회공헌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매년 일정 금액을 기부단체에 지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기부할 경우 회사에서도 같은 금액만큼을 똑같이 기부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킨 지 오래다.

특히 최근에는 법인 내에 아예 사회공헌재단을 만들어 본인이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조만간 이사장은 외부에서 영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비영리법인의 회계 투명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비영리법인들을 심사해 올 하반기엔 ‘비영리법인 투명경영대상’을 선정하는 뜻깊은 사업도 벌이고 있다. 1등 회계법인의 자리에 있는 만큼 사회에도 의미 있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파이낸셜뉴스 200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