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초반부터 회계 역사상 중요한 두 가지 변곡점이 있었다. 미국 굴지의 기업인 엔론의 회계스캔들과 그로 인한 미국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기업의 재무보고 내부 통제를 강조한 소위 사베인스 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과 같은 후속 입법의 출현이 첫 번째다. 그리고 유럽이 중심이 된 국제회계기준(IFRS)가 회계기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세계적으로 확산된 사건이 두 번째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수출에 의한 대외 의존도가 70%를 넘고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주주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전형적인 개방형 경제이므로 우리는 싫든 좋든 간에 기업 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다. IFRS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이미 지난 2007년도에 도입 전반에 관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전통적인 내수산업인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향후 중요한 전략적 어젠다로 세계화를 선택한 시점에서 IFRS의 안착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이 실제 도입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어려운 이슈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첫 번째는 금융지주회사의 재무인프라 구축 문제다. 금융지주회사는 서구에서 보편화된 지배 구조로 한국에도 은행을 중심으로 도입되었지만 이에 걸맞은 연결 관리 및 재무 보고 프로세스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다. 따라서 IFRS 도입을 위한 선결 과제로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소위 연결 개념의 재무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두 번째는 최근에 끝없이 화두가 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 상품의 복잡성과 신경망같이 연결된 금융리스크 문제이다. 폭발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금융거래를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면서 적시에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재무보고를 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상당한 제도와 시스템의 정비가 불가피하다. 세 번째는 금융기관의 복잡한 경영상태에 대한 광범위한 양적 및 질적인 공시 규정이다. 특히 소위 ‘경영자의 눈(Eye of management)’이라는 개념 아래 금융기관들의 경영자들이 내부적으로 보고받는 정보 수준에 대해 외부 공시를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재무 회계뿐 아니라 관리 회계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질적, 양적 정보에 대한 공시와 이를 위한 내부 관리 수준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결국 시장에서 개별 금융기관의 경영 수준에 대한 평판 리스크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런 재무 보고 이외에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관행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례로 공정가치 확대로 인해 금융상품 설계시에 이런 손익 변동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나 신용거래시 차주의 재무제표가 IFRS로 작성되는 경우에 대비한 심사역 교육 및 신용평가시스템의 변경 등 경영 전반에 걸친 글로벌 프랙티스(practice)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FRS의 도입은 회계 기준의 변경과 이를 제도화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개별 금융기관 내 경영진의 노력으로만 성공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회계는 광의로 보아 역사와 사회 및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재무보고의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을 기본 방향으로 정한 일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위한 사회 전반적인 의식 구조, 관련 법률 및 제도와 금융 감독 체계 등을 포함한 인프라 변화의 속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이다. 만일 이런 속도에 대한 괴리가 있다면 사회적 혼란과 자본 시장에서의 기회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고 한다. 총론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회계 투명성 확보라는 사회적인 가치를 만드는 과정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전제가 되고 각론 차원에서 이를 위한 유관 기관,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치밀하고 체계적인 계획과 실천이 따른다면 앞으로 자본 시장에서 더 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2008.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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